[단독] ‘벤츠값’ 테슬라 샀는데…중고차값 1500만원 폭락, 두번 우는 테슬람
신차값 인하가 ‘결정타’
고무줄 값에 신뢰 추락
매경닷컴이 14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고차 도·소매 데이터로 잔존가치와 시세를 산출하는 밸류어블 카스탯(CAR STAT)을 통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주요 전기차 도매시세를 분석한 결과다.
비교 대상 차종은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다. 모두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차종들이다. 시세 기준은 출고된지 1~2년 안팎으로 주행거리는 1만~3만km다.
시세는 5월까지는 상승세, 7월에는 보합세를 기록하다 8월부터 매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1월에는 전월보다 6%, 2월과 3월에는 각각 2% 내렸다.
모델Y 시세도 지난해 4월 7869만원에서 올해 3월에는 6755만원으로 1114만원 떨어졌다.
시세가 가장 높게 형성됐던 지난해 8월에는 8395만원을 기록했다. 7개월만에 1640만원이 사라졌다.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의 8201만원과 비교하면 1446만원 떨어졌다.
모델Y 시세는 지난해 7월에는 전월보다 7% 상승했지만 9월부터 하락세로 돌변했다. 매월 내림세를 기록하더니 올 1월에는 2%, 2월에는 1% 각각 떨어지다 3월에는 7% 급락했다.
아이오닉5는 작년 4월 4952만원, 올해 3월에는 4245만원으로 707만원 줄었다. 시세 고점이었던 지난해 6월의 5092만원보다는 811만원 감소했다.
시세 하락세는 테슬라 두 차종보다 늦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됐다. 전월과 비교하면 올 1월 2%, 2월 2%, 3월 4% 각각 떨어졌다.
EV6 시세는 지난해 4월 5552만원에서 올 3월에는 4752만원으로 800만원 떨어졌다. 고점인 지난해 6월의 5828만원보다는 1076만원 감소했다.
올 1월에는 전월보다 3% 하락했다가 2월에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3월에는 다시 전월보다 3% 떨어졌다.
미국 중고차사이트 아이씨카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모델3 중고차 평균가격은 4만2337달러(5503만원)로 지난해 9월 이래 21.5% 하락했다.
조사 대상 전제 중고차 모델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 다음으로 중고차 가격이 많이 떨어진 닛산 킥스는 13.4% 하락했다. 여기에 중고차 평균 가격이 4.7% 내린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가팔랐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경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연거푸 신차 가격을 크게 내린 게 큰 영향을 줬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021년 2월 모델3는 5478만~7479만원, 모델Y는 5999만~7999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모델3 롱레인지는 480만원 인하했다. 6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는 100%, 9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는 50%를 주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21일 기준으로 모델3 중 가장 저렴한 후륜구동(RWD) 모델은 7034만원, 퍼포먼스 모델은 9417만5000원에 판매됐다.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RWD(기존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1555만원 비싸졌다. 폭스바겐 아테온 가격에 팔리다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벤츠 E클래스 가격으로 급등한 셈이다.
모델Y 롱레인지는 9664만9000원, 퍼포먼스는 1억473만1000원으로 2021년 2월보다 각각 2665만원, 2474만원 비싸졌다.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자신감에다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테슬람(테슬라+이슬람)에 대한 믿음이 작용해서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 악재가 발생한데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폴스타, 볼보, 현대차, 기아 등이 경쟁력 높은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판매에 타격을 입어서다.
지난해말 재고 할인을 이유로 모델3는 600만원, 모델Y는 1000만원까지 깎아주더니 올 1월에는 가격을 공식적으로 내렸다.
두 번에 걸쳐 가격을 인하하면서 모델3 RWD는 7034만원에서 5999만원, 퍼포먼스는 9417만5000원에서 7559만원이 됐다. 각각 1035만원, 1858만5000원 싸게 판매된다.
모델Y 롱레인지는 9664만9000원에서 7839만원으로, 퍼포먼스는 1억473만1000원에서 8499만원으로 인하됐다. 각각 1825만9000원, 1974만1000원 저렴해졌다.
무엇보다 계속된 가격 인상에 ‘테슬라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을 믿고 고점에 샀던 구매자들에게 가치 하락은 재앙이다. 비싸게 사고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한 신뢰도 깨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중고차 가격 산정에서 불리하다. 1회 충전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충전시간이 단축될수록 기존 전기차의 가치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성능도 문제다. 배터리 성능이 계속 떨어지면 내연기관 차량보다 중고차 가치가 요동칠 수도 있다.
현재까지 배터리 성능이 중고차 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는 3년이 지난 전기차를 시작으로 배터리 상태가 가치 산정에 적용될 것으로 중고차 업계는 예상한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중고차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이유도 서비스망이 부족하고 수리비도 많이 들어서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계속된 가격인하에다 강력한 경쟁차종들의 잇단 등장으로 테슬라의 프리미엄 가치가 하락했고 덩달아 중고차 가치도 떨어지는 추세”라며 “서비스 측면에서도 경쟁 브랜드보다 불리한 테슬라의 중고차 가격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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