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살해 후 "가정폭력 때문" 거짓말한 모자…엄마 '무기징역', 아들은?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중학생 아들과 공모해 50대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수사기관에 '가정폭력' 때문에 범행했다고 거짓 진술한 아내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14일 존속살해와 시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아내 A씨(42·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범인 아들 B군(15)에게는 장기 15년, 단기 7년이 선고됐다.

A씨와 B군은 지난해 10월 8일 대전 중구에 있는 거주지에서 잠든 가장 C(50)씨에게 독극물을 주입하려다 실패하자 저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C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B군은 흉기를 휘둘렀으며 A씨는 프라이팬으로 C씨의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망한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해 욕실, 차량 등으로 옮긴 혐의도 받는다.

앞서 A씨는 범행 약 1달 전인 지난해 9월 18일 사업 실패 후 귀가한 C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으로 머리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뒤인 같은 해 9월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는 C씨의 눈을 찌르기도 했다.

B군은 경찰 조사 당시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했다.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A씨 역시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우발적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하다, A씨와 B군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 공모 정황이 나오자 이들을 존속살해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더해 남편이 자신의 언어장애를 비하했다고 여겨, 평소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아들을 끌어들인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가장인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실질적 책임은 B군에게 있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고, 결국 실패하자 아들에게 공모를 제안해 아들마저 살인범으로 만들었다"며 "피해자가 숨진 직접적 원인은 B군이 휘두른 흉기이나, 유도하고 주도한 것은 엄마"라고 했다.

B군에 대해서는 "아직 어린 나이로 교화와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이는 점과 이 사건을 저지르도록 유도한 것이 피해자의 배우자이자 피고인의 어머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소년범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