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1년째 조사 중? ‘뭉개기’도 범죄입니다!

한겨레 2023. 4. 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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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괴롭힘 신고 방치와 보복
2021년 10월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열린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기념행사에서 직장갑질119 활동가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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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 내 괴롭힘 사내 신고 후 인사과에서는 가해자와 분리해준다며 재택근무를 하라고 해 1년 넘게 지속 중입니다. 중간에 괴롭힘 인정이 안 된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아직 조사 중이며 인사위원회에 나와서 진술을 하라고 하더니, 인사위원회 또한 1년째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와중에 가해자인 팀장이 보복성으로 최하 고과를 부여해 연봉 동결, 평판 하락, 타 부서 전환배치 불가능 등 2차 가해를 당했는데도 인사과에서는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다음 스텝은 노동청인가요? 혹시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 가능할까요?(2023. 4. 닉네임 ㅇㅈㅅ)

신고자 보복 ‘최대 징역 3년’

A. 1년 넘게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요? 복장 터질 노릇이네요. ‘학폭’을 신고했는데 학교가 1년 넘게 사건을 뭉갰다면 어떻게 됐겠어요?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면 학교장이 무사했을까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분리시켰다고요? 정순신 아들이 아니라 피해자를 전학 보냈다면 어떻게 됐겠냐고요?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됐거나 회사가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인지 즉시 조사’라고 불러요. 고용노동부는 내부 지침에서 30일 안에 조사를 완료하되, 최대 30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늦어져도 신고일로부터 60일 안에 조사를 마치라는 거예요. 그런데 1년이 넘었다니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②항 위반으로 회사에 최대 500만원 과태료를 물릴 수 있습니다.

‘지체 없이 조사’와 함께 피해자 보호 조치(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를 해야 하는데 조건이 있어요. 사용자는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원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재택근무를 강요했다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③항 위반이에요. 단, 조사 기간 중 피해자 보호 조치 위반은 과태료 조항이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해자인 팀장이 신고자에게 “최하 고과 부여해 연봉 동결, 평판 하락, 타부서 전배 불가능”을 한 행동이에요. 2차 가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합니다. 같은 법 ⑥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 3년이나 벌금 3천만원을 부과할 수 있어요.

회사는 ‘최하 고과, 연봉 동결’이 신고와 무관한 정당한 평가라고 주장할 거예요. 그런데 평가 당사자가 가해자이고, 신고 후 조사 기간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근로기준법에는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의 예시가 나와 있지 않지만, 남녀고용평등법(직장 내 성희롱)에 △파면, 해임, 해고, 신분상실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 인사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 △평가 차별, 그에 따른 임금(상여금) 차별 △교육훈련 기회 제한 △집단 따돌림·괴롭힘 방치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평가 차별 및 임금 차별’에 해당합니다.

사업장 관할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는데 중대한 문제가 있어요. 노동부 지침을 보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⑦항 ‘비밀 누설 금지’를 제외한 모든 조항 위반에 대해 14일 또는 25일의 시정기한을 주고 있어요. 노동청에 “회사가 1년 넘게 조사를 안 했어요”라고 신고하면, 노동청은 회사에 공문을 보내 25일 내에 조사하라고 하고, 조사만 시작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요. “신고를 이유로 연봉 동결 등 불이익을 당했어요”라고 신고하면, 노동청은 14일 안에 시정하라고 하고, 시정하면 처벌하지 않아요.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인지 즉시 조사’를 위반하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 금지’를 위반하면 ‘즉시 범죄 인지’해서 처벌하고 있어요. ‘직장 내 성희롱 금지법’은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이상 사업장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에서 문제를 제기했더니 정부는 “사법처리 등 형사절차에 앞서 우선 시정명령을 통해 법 위반을 해소하여 피해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도모”한대요. 신속히 처벌해야 시정되는데, 이게 말인지 막걸린지.

‘보복 방치’ 사업주에게 1천만원

우선 빨리 노동청에 신고하세요. 그리고 가해자뿐만 아니라 회사까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하실 수 있어요. 직장갑질119에서 직장 내 괴롭힘 법원 판례 18개를 분석했는데,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법 시행 이전 300만원 안팎에서 최근 1천만원 이상으로 늘었어요. 또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방치한 사용자에게 12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수원지법 안산지원)과 신고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치한 사업주에게 1천만원을 배상하게 한 판결(대구지법 포항지원)도 있었고요. 지난해 7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를 주거지와 먼 근무지로 전보한 사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저기요. 사장님들께 한 말씀 드릴게요. 얼마 전 공기업에서 감사실장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다섯달 동안 뭉갰다가 해임됐어요. 노동청에 불려 다니고, 법원에 끌려 나가 창피당하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조사해서 처벌하세요. 회사에서 조사하면 ‘가재는 게 편’이라며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요. 회사 밖 법률단체에 의뢰하길 권합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한 3월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3명이 괴롭힘을 경험했고, 경험자 중 1명은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어요. 올해 1월12일 장수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다 1차 자살 시도를 했고, 가해자를 신고했지만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목숨을 끊었습니다.

기억하세요. 직장갑질이 없는 회사가 아니라, 갑질을 신고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입니다. 신고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극단적 선택은 벌어지지 않아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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