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짜고짜 또라이래요”...작은 기업일수록 더 지독한 괴롭힘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4. 1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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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최대 유형은 ‘폭언’
고용부, 8901건 신고 접수
검찰 송치도 102건으로 최다
300인 미만 비중이 80%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 지방대 병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술자리를 거절했다는 등의 이유로 직장내 따돌림을 받아왔다. 그는 2021년 인사발령 후 전임자가 쓰던 컴퓨터에서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향해 ‘쓰레기’, ‘또라이’, ‘왕따시켜야 해’ 등 비방을 일삼았던 메신저 기록을 발견했다. A씨는 해당 기록을 증거로 지난해 가해 직원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병원은 A씨를 보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직원의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는 파면, 해임, 강등과 함께 중징계에 해당하는 처분이다. A씨는 병원을 상대로 부당징계 소송을 벌여야 했고, 지난 1월에서야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정서를 받았다.

지난 2019년 직장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시행됐지만 일선 현장에서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직장내 괴롭힘 신고는 총 8901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보다 14.5% 증가한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았다. 괴롭힘 행위 유형(복수 응답)별로는 폭언이 1만1250건(33.6%)로 가장 많았다. 부당 인사(13.8%)와 따돌림·험담(10.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차별, 업무 미부여, 감시, 폭행, 강요, 사적 용무 지시 등을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

고용부가 신고 조사 이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건수도 지난해 102건으로 법 시행 후 가장 많았다. 이는 2021년보다 59.4% 증가한 수치다. 2021년 10월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시행된 뒤 지난 3월까지 총 316건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직장내 괴롭힘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빈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신고사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괴롭힘이 55.9%(4974건)으로 가장 많았다. 50~300인 미만 사업장 비중도 25.0%(2225건)에 달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접수에서도 유사했다. 지난해 전체 신고건수는 1561건으로 2021년에 비해 1%가량 소폭 감소했지만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80.4%(1255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근로자들은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지방노동청에 신고를 한 B씨는 “하루 연차를 사용하는 데에도 눈치를 주거나 사생활 공개를 요구하는 회사가 수두룩한 현실에서 근로자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적발시 사법처리 등 엄정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국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률·심리상담센터를 10개소 운영하고, 직장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진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신속한 조사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제재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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