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두뇌 성장에 치명적”…청소년 덮친 ‘거리두기’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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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조사에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10대 청소년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나온 것은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유행 첫해 모든 학교와 학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또래와 어울려야 할 청소년들은 외부활동이 아예 단절됐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 박탈감, 상대적 빈곤감 등 부정적 감정이 누적된 상태에서 학교 수업 정상화로 외부활동이 밀려들다보니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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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우울증 재발 잦아…꾸준한 관리”
“학교에 심리상담사 임시 투입해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제18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10대 청소년 정신건강이 악화됐다는 결과에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은 “예상했던 일이 현실화 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당시의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코로나 유행 첫해 모든 학교와 학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청소년들의 외부활동은 아예 단절됐다. 청소년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대신 소셜미디어(SNS)등을 통해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접했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 박탈감, 상대적 빈곤감 등 부정적 감정이 누적됐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 수업 정상화로 갑자기 외부 활동을 하게 되니 문제가 터졌다.
◇ 전국에 빈 병실 없을 정도로 상태 심각
집에서 지내던 아이가 첫 등교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정상이다. 학교의 규칙에 따라야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학을 하면 학교 상담실은 한동안 붐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정도가 과하다고 한다. 우울증을 이유로 교실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상담실에 머무르는 학생이 한 학년에 한 두명은 된다고 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외래 환자들과 진료 상담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얘기 했었는데, 실제 통계로 입증이 된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10대 연령층은 (대학병원) 정신과를 잘 찾지 않는데, 올들어 내원 비율이 갑자기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도 “소아정신과 진료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두 배가까이 급증했다”라며 “과거에 낮은 수준의 불안장애 증상이 있던 청소년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그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 소아정신과를 찾은 청소년들은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우울증의 증상이 과거보다 더 심각해졌다”라며 “이제 전국에 빈 병실이 없을 정도로 소아정신과 환자의 입원 비율이 높아졌다”라고 우려했다. 이해국 교수는 “청소년 환자는 성인에 비해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서 대학병원 보호병동으로 주로 가는데, 현재 입원할 병실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 우울증은 두뇌 성장에 악영향…빨리 치료해야
정신과 전문의들은 소아우울증은 조기 치료가 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승민 교수는 “우울증은 청소년의 두뇌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후유증 가능성이 크다”라며 “초반에 치료를 시작했으면 중증으로 가지 않았을 환자들이 진행될 대로 된 상황에서 병원에 오는 경우를 보면 너무나 아쉽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우울증 치료는 심리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이후 약물치료에 들어간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행히 성인우울증과 비교해 소아우울증은 치료 반응이 빠르고,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은 성인과 비교해 정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우울증 재발율이 높고 후유증의 가능성도 크지만, 치료가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에게 쓰는 낮은 강도의 항우울제는 오랜 기간 임상으로 안전성이 확보돼 있고,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현수 교수는 다만 “이런 (포스트 코로나 우울증) 현상이 고착화돼 사회문제로 번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교우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귀는 법을 배우는데, 학교생활이 어려워지면, 향후 사회생활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학교에 임상심리상담사를 일시적으로라도 투입해 환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선영 일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을 발견하더라고,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도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내와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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