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승부] 김희준 "술이나 음료에 마약 몰래 타 먹여도 처벌 조항 없다"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00~19:00)

■ 방송일 : 2023년 4월 14일 (금요일)

■ 진행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대담 : 김희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면승부] 김희준 "술이나 음료에 마약 몰래 타 먹여도 처벌 조항 없다"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하 신율)>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2부, '정면인터뷰'로 시작합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이런 음식 다들 한 번씩 드셔보셨을 것 같습니다. 중독될 것처럼 맛있다는 '마약'이라는 표현이 꽤 친숙하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마약은 어느새 배달음식 주문하듯 손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관련해서 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출신인 김희준 변호사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희준 변호사(이하 김희준)>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지금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다. 이런 얘기 많이 했는데, 지금은 더 이상 이런 얘기 못 하죠?

◆ 김희준> 마약 청정국이 아닌 지는 오래됐고요. 통계상으로 보더라도 유엔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0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으로 보는데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2016년도에 이미 22.5명이 돼서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 신율> 7년 전에 이미 잃었군요. 지금은 더 많이 늘었을 거 아닙니까?

◆ 김희준> 지금은 그 이후에 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를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어서 마약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 신율> 지금 김희준 변호사님이 보실 때에 현재의 우리나라에 일상생활 속에 마약이 어느 정도 파고들었다고 판단하고 계십니까?

◆ 김희준> 아주 가까이 들어와 있고요. 그 단적인 증명이 아주 어린 청소년들에게까지도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고, 얼마 전에는 14살짜리 여중생이 텔레그램 마약방을 통해서 필로폰을 구입을 해서 마약을 하다가 쓰러진 사례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고등학생들이 단순히 마약 소비자로서 투약만 하는 게 아니라 마약 배송책으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고3 학생들이 텔레그램 마약방을 운영을 해서 오히려 성인들을 배송책이라든가 수금책 등으로 고용을 하는 그런 사건까지도 벌어지고 있거든요. 굉장히 심각한 양상입니다.

◇ 신율> 그런데 우리나라가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김희준> 가장 큰 이유는 안일한 거죠.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다. 마약 문제에 있어서는 심각하지 않다라는 생각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까 철저한 대비라든가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 같고,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약 거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서 일반인들이 마약을 구입하기가 너무나 쉬워졌어요. 마음만 먹으면 클릭 몇 번으로 해서 마약을 30분 내지 1시간 이내에 자기 손 안에 쥘 수가 있거든요. 그런 상황이 되다 보니까 예전에는 사실 '뽕쟁이'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마약 사범들끼리만 거래를 했는데,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돼서 마약이 일상화되고 마약을 하기가 너무나 좋은 환경이 된 겁니다.

◇ 신율> 한마디로 해서 마약의 구매나 판매는 하늘을 나는데 단속은 땅을 기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군요.

◆ 김희준> 그렇죠.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그렇게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렇게 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제가 일단 이렇게 여쭤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이라는 것 때문에 마약 단속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주장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검수완박과 상관없다. 지금도 검찰이 마약 수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데, 지금 변호사님께서 판단하실 때는 지금 이렇게 대립되고 있는 두 개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김희준> 제가 보기에는 마약 범죄자의 숫자가 굉장히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맞고요. 그 이유는 제가 방금 설명드린 대로 마약을 구입하기가 너무 쉬워졌다. 그래서 일반인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마약 범죄는 굉장히 첨단화되어 가고 있거든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 거래가 되고 거래 대금도 은행 간 거래를 하지 않고 가상화폐라든가 전자지갑을 통해서 거래를 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이런 식으로 고도화·첨단화돼 가고 있는데요. 검수완박을 계기로 해서 검찰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 범위가 굉장히 좁혀졌거든요.

◇ 신율> 수사는 할 수 있는데 범위가 좁혀졌다. 이 말씀이신 건가요?

◆ 김희준> 네, 수사권 조정 이후에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밀수사범, 그것도 500만 원 이상에 해당되는 밀수사범만 수사가 가능하도록 제한을 걸어놨기 때문에요. 검찰에서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혀졌고요. 그런데 마약 범죄라는 것은 다 연결돼 있는 구조거든요. 투약 사범부터 공급사범, 밀수사범, 제조사범까지 연결되는 구조인데 그게 단순히 잘라서 수사하기는 쉽지가 않거든요. 마약 범죄는 고도화되고 첨단화된 반면에 수사 역량은 오히려 더 약화됐기 때문에 마약 범죄가 늘어나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마약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 된 것이 이유가 더 크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러면 소위 말해서 마약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검찰, 경찰, 관세청 인력 800명을 투입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게 효과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희준> 수사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요. 그런데 마약 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마약은 범죄이기도 하지만 질병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단순히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를 해서 구속을 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만 정책을 집행을 하다 보면 마약 문제는 해결이 안 될 것으로 보거든요. 마약에 중독이 되면 이게 뇌질환으로 발전을 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교도소에 수감만 시켜놔서는 절대 해결이 안 되고 치료 재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을 해 줘야 되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어린 청소년들이 만약에 애당초 손을 대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서 수요를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너무 수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신율> 만일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마약단속국, DEA라고 그러죠. 이런 거 만들면 좀 나아지는 거 아니에요?

◆ 김희준> 저는 예전부터 주장을 하기를 종합적인 컨트롤타워를 하는 기구가 있어야 된다고 보고 있고요. 지금현재 최근에 설치된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도 임시적인 기구잖아요.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해체가 될 조직인데, 마약 문제는 그렇게 일정 기간 동안만 집중적으로 단속을 해서 해결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를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되는데, 여기에 담아야 할 기능은 단순하게 수사라든가 처벌, 단속 기능만 담아서는 안 되고요. 예방교육부터 수사, 그다음에 치료 재활까지도 통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신율> 우리나라에서 주로 마약이 주로 어느 나라에서 들어오고 있습니까?

◆ 김희준> 예전에는 중국을 통해서 많이 들어왔고요. 또 중국을 통해서 북한산 마약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제 갈수록 동남아산 마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필로폰이나 이런 것들은요. 그리고 대마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도 검찰에서 적발을 했지만 우리나라 자체 내에서, 아파트라든가, 빌라, 비닐하우스 이런 데서 재배를 해서 하기도 하거든요.

◇ 신율> 대마는 이제 재배를 하는데 코카인이라든지 필로폰 같은 거는 동남아 쪽에서 유입되고 있다.

◆ 김희준> 코카인 같은 경우는 남미 쪽에서 오는 건데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지는 않고요. 코카인은 주로 남미에 있는 안데스 산맥 지역에서만 자라는 코카나무에서 유출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동남아 쪽에서는 안 들어오고 동남아 쪽에서 들어온 것은 필로폰입니다.

◇ 신율> 그렇군요. 지금 동남아 쪽에서 들어오는 것이 주로 필로폰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걸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동남아 국가와의 수사 공조도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 김희준>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수사 공조 체계를 구축을 해놓고 있는데, 요즘은 거래하는 방식이 국제 특송화물을 통해서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수많은 국제 특송화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세당국에서 그걸 전수조사를 하기가 힘들어요. 힘들어서 선별적인 조사를 하다 보니까 구멍이 뻥뻥 뚫리는 건데, 그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 신율> 저는 영화, 미국 드라마 이런 것만 봐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김희준 변호사님이 강력부장하실 때 수사할 때 두려움 같은 거 없으셨어요?

◆ 김희준> 저희가 흑사회 마약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었거든요. 흑사회라고 중국에 있는 폭력 조직입니다. 흑사회 마약 조직하고 우리나라 국내에 있는 폭력 조직들, 12개의 조직이 연결이 돼서 중국으로부터 필로폰을 들여와서 유통시킨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흑사회 조직 같은 경우에는 영화 황해에도 나오지만 청부 살인을 하고 중국으로 다시 건너가고 이런 경우들이 생기거든요. 그 수사를 하면서 그 당시에 우리 수사 요원들도 나름대로 걱정도 많이 하고, 그런 상황들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 신율> 그러니까 마약 관련해서 청부 살인이나 이런 것까지 이어진다는 말씀이시네요?

◆ 김희준> 그런 문제들도 충분히 터질 수가 있죠. 왜냐하면 마약 시장이라는 게 워낙 이권이 크기 때문에요.

◇ 신율> 그렇군요. 지금 이권이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국내에 있어서의 폭력 조직이 마약 같은 것들을 중점적으로 공급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을 버는 경우도 있겠네요?

◆ 김희준> 예전에는 사실 그런 수사를 많이 해서 적발도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텔레그램 마약방 같은 걸 통해서 해외하고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고 있죠.

◇ 신율> 지금 김 변호사님이 판단하실 때 우리나라의 마약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 김희준> 그건 사실 지하 경제이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려운데요. 굉장히 많은 금액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신율> 대충 어느 정도요?

◆ 김희준> 글쎄요. 그건 통계로 나온 바가 아직 없어서요.

◇ 신율> 통계로 나온 적은 없군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대충 통계가 좀 있지 않을까요?

◆ 김희준> 그건 추산치고 정확한 통계는 나오기가 힘들 겁니다.

◇ 신율> 그렇군요. 그런데 얼마 전에 말이에요.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학생들한테 먹였던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는 그냥 아르바이트 뛰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그걸 먹였다. 이거 죄 안 되나요?

◆ 김희준> 그 음료 안에 마약이 들어 있는 줄 몰랐다면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했다는 것 아닙니까? 정말 몰랐다면 처벌할 방법은 없습니다. 고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요. 범의가 없는 거거든요.

◇ 신율> 그럼 윗선밖에 처벌을 못하겠네요?

◆ 김희준> 그렇습니다. 마약을 이용을 해서 범죄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처벌이 가능하거든요.

◇ 신율> 그러니까 요새 보면 술이나 음식에 마약을 몰래 타가지고 중독이 된다.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알고 타면은 그런 사람들 다 입건되는 거죠?

◆ 김희준> 그렇죠. 당연합니다. '퐁당 마약'이라고 하는데 그걸 술이라든가 음료 같은 데 몰래 타서 먹이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 같은 경우에는 범죄에 해당이 되고요. 다만 이제 좀 아쉬운 것은 그걸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아직까지는 없어요.

◇ 신율> 그렇게 해도 처벌이 안 된다고요?

◆ 김희준> 처벌은 되는데 그런 범죄 같은 경우에는 자기 자신이 투약하는 것보다 남한테 몰래 먹이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죄질이 안 좋고 사안이 중대하잖아요. 그래서 훨씬 중하게 처벌하는 직접적인 규정이 있어야 되는데,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서 간접적, 우회적으로 처벌을 하고 있는데요. 그 방법이 뭐냐 하면 일단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가 음료에 탔을 거 아니에요. 일단 마약 소지죄에 해당이 되고, 그다음에 그것을 투약을 몰래 당한 사람들이 필로폰이라든가 마약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어지럽다든가 몸에 이상한 느낌이 오거든요. 그걸 상해죄에서 말하는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왔다고 해서 상해죄로 처벌을 합니다. 그래서 마약소지죄하고 상해죄로 처벌을 하고요. 몰래 투약시킨 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신율> 변호사님, 만일 A라는 사람이 마약을 구매를 했습니다. 그거 처벌 받잖아요?

◆ 김희준> 당연히 처벌 받죠.

◇ 신율> 그러면 사람이 먹는 술이나 음료에 마약을 탔으면, 그 마약은 어디서 났냐 하면 샀으니까 있을 거 아니에요.

◆ 김희준> 그렇죠.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본인이 구매를 했고 소질을 한 부분은 처벌할 수 있는데요. 구매도 처벌할 수 있고 소지도 처벌하는데, 몰래 타 먹인 행위 그 자체 있잖아요. 그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게 없다는 말이에요. 그게 가장 포인트인데요.

◇ 신율> 그러면 변호사님께서 보실 때 마지막으로 이런 거를 집중적으로 해서 보완을 해야 된다. 어떤 점을 꼽으시겠어요?

◆ 김희준> 지금 정부에서도 마약과의 전쟁을 하면서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발생한 대치동 마약 음료수 사건이 마약과의 전쟁 중에 터졌습니다. 그게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는 굉장히 의문인데요. 지금 너무 수사와 단속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보다는 예방과 치료 재활까지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신율>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희준 변호사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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