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밥 끊었죠"…'킬링 로맨스' 이하늬, 역대급 공주 비주얼 완성한 비결(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제가 원래 남자 배우들보다 밥을 많이 먹는데 이 영화를 촬영할 때는 밥차의 밥을 한 끼도 안 먹었죠.”
이하늬(40)는 14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촬영현장에 밥차가 오면 저는 보통 고봉밥으로 먹는 스타일이다.(웃음) 근데 원석 감독님이 ‘공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예뻤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대본에도 49kg이 명시돼 있어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라며 여래 캐릭터를 위해 비주얼적인 부분에 노력했다고 이같이 털어놨다.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처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이창·쇼트케이크)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 나(이선균 분)와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4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
톱스타이자 남편의 가스라이팅에 당한 여자 여래 역을 맡은 이하늬는 단순히 필모그래피의 한 페이지를 채울 작품을 넘어, 배우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을 역대급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날 이하늬는 “이선균이 이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말을 듣고 (2020년 2월 미국에서 열렸던) ‘기생충’ 파티에 참석했다. 제가 ‘축하한다’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오빠 킬링 로맨스 할 거지? 우리 중간에 물리는 거 없어’라는 말을 10번 정도 나눴다.(웃음) 그렇게 연대보증을 하면서 출연을 성사했다”고 출연 과정을 전했다.
이어 이하늬는 “‘같이의 힘’이 있는 거 같다. 영화를 보실 관객도 그렇겠지만 저희 배우들에게도 이 작품이 도전인 것은 확실했다. 촬영 전 ‘개봉하면 우리 함께 이민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콸라섬은 어디일까?’라는 농담을 나눴었다”며 “근데 이선균은 정말 믿음직스러운 동료다. ‘찐 연기’를 하시는 배우인데 이렇게 과장된 캐릭터까지 제대로 소화하셨다. 조나단 나를 누가 할까 싶었는데, 정말 이선균이 적격이었다”고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이선균(48)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하늬는 하나의 허들과도 같았을 ‘킬링 로맨스’의 출연을 결정한 과정에 대해 “상업영화니까 당연히 관객의 호응이 있으면 좋겠다. 호응이라는 지표가 관객수로 확연히 보이겠지만. 근데 제가 이 영화의 개봉을 기다려온 것은 스코어로 환산되지 않는 어떤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극장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들었고, 영화도 (대작과 소규모 영화로) 양분화한 거 같다. 한국영화의 원동력이었던 다양한 콘텐츠가 위축됐다는 생각이 커서 이 영화를 다양성 측면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내놓고 싶었다”고 개봉을 기다린 이유를 밝혔다. 출연을 결정하고 극장 개봉을 했으니, 이제는 관객들의 진실된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하늬는 “특히 MZ 세대가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너무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래 캐릭터에 대해 이하늬는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스타일로 풀어내고 싶었다. 저는 촬영을 하면서 레퍼런스를 찾아보진 않는다. 제가 연기를 할 때 모방하려고 할까 봐……촬영 전 감독님에게 충분히 이미지적인 설명을 들었고 나름의 고민을 마쳤다”라며 “예를 들어 대본에 ‘여래가 랩을 한다’고 적혀 있다면 저는 그 대사를 보고 어떻게 풀어낼지 한 달여 간 고민했었다. 외적인 부분에서 보면 여래의 옷은 신축성이 없어서 입었을 때 불편하다. 색감, 디자인, 재질 등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님이어서 저는 박제된 듯한 느낌의 여래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이원석 감독의 디렉팅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톱스타로서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발연기를 한다’는 대중의 혹평을 받고 돌연 은퇴 충동을 느낀 여래. 우연히 떠난 해외의 섬에서 조나단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조나단 나와 7년 간 살았지만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의 가스라이팅에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느낀다. 이에 이하늬는 “기저에 깔린 여래의 감정선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여래 역의 이하늬는 “코미디 장르에 임하면서, 먹는 것 하나까지 제재받는 삶을 살았을 여래를 상상했다. 아마도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더라. 톱스타의 삶에, 조나단과 살면서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이하늬는 “특히 이원석 감독님은 촬영 내내 ‘공주 같았으면 좋겠다’ ‘예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거 같다.(웃음)”며 “사실 다른 작품의 촬영장에서 밥차가 오면 저는 남자 배우들보다 많이, 고봉밥으로 먹는다.(웃음) 근데 이 영화의 촬영에 임했을 때는 밥 한 끼도 안 먹었다”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여래의 피로한 일상은 상대적으로 포악스러운 조나단에 의해 한층 더 힘겨워보인다. 이에 이하늬는 이선균의 호연을 칭찬하며 “이선균은 진짜 좋은 배우다. 그동안 코미디를 하셨던 적이 없는데 현실감을 살리면서 조나단 캐릭터를 만들어내더라.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지만 일단 시작을 하니까 자신을 내던지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저는 같이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수월했다. 이원석 감독님도 저와 같은 감정이셨을 듯하다. 저희가 같이 하니까 시너지가 났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이 실험적인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 N차 관람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2의 ‘킬링 로맨스’, 제3의 ‘킬링 로맨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제가 지난번에도 말했었지만 ‘킬링 로맨스’는 민트초코 맛이다. 처음 맛보면 치약 같기도 하고 초콜릿인데, 점차 젖어들면서 ‘민초파’라는 마니아가 생성되지 않았나. 부디 바라건대 (관객 호평은 물론) 스코어면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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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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