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부터 버스에서 내려와”…‘개딸’ 외침에 식은땀 흘린 野 중진들

최유경 2023. 4.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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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4선 중진 김상희·우원식·정성호 의원이 오늘(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2층 '당원존'을 찾았습니다.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의 하나로, 당의 단결과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이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당시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간 강경 시민들에게 다수 시민이 “버스에서 내려와”라고 외친 것처럼, 단결을 해치는 과격한 언행을 자제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운동.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 의원들이 함께 제안했고, 이재명 대표가 동참했다.

[연관 기사] “버스 위에서 내려와”…野, 6년 만에 외친 사연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34670

한 시간 반 동안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된 이 자리에는 당원 20명가량이 모였습니다.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한 이들은 의원들 발언 중간중간에 거센 항의를 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호응하기도 했는데요, 현장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더니 급기야 이 자리를 주선한 우원식 의원의 '낙선 운동'을 진행하겠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펼쳐졌던 걸까요?

■ 당원들 "의원들부터 버스에서 내려와야"

오늘 대화에 참석한 당원들, 공통적으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시작부터 자신들을 '정치 훌리건', '악성 팬덤', '천 원 당원'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며 이같은 표현을 썼던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는데요,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함께 읽혔습니다.이 운동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왜 지지자들이 버스에서 내려와야 하나요?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에 위배되는 국회의원들부터 내려와야 합니다. 왜 이런 운동은 항상 지지자들을 향해서 공격적으로 다가오나요? 사과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건 국회의원입니다. 당원과 지지자가 믿지 못하게 해놓고 사과를 강요하고 화해해라? 때려 놓고 아픈데 참으라는 겁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당원 박 모 씨)

이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혼자서 대선을 치렀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도 적극적으로 도와준 적 없다'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비이재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의 지역 사무실 앞에서 항의 시위를 주도했던 당원 이 모 씨는 "검찰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고 개혁하기 바쁜 시점에 어째서 당 대표에게 칼을 겨누고 배신행위를 할 수 있느냐"라며 북받쳤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또 다른 의미의 '줄탁동시'를 느꼈어요. 내부의 적이 더 컸구나. 우린 밖의 사람들을 대적하고 있는데 안에서 너무 많은 문을 열어줬기 때문에 180석이 되어도 개혁이 안 되고 무엇을 만들어놔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폭발한 게 대선이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전두환, 이명박이 우리한테 물대포 총을 쏜 것 같이 '버스에서 내려와' 캠페인으로 우리의 흐름 꺾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다음번에 우원식 의원 낙선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거예요. 2024 캠페인을 하나 제안합니다. '동일 지역 3선 연임 의원님들, 버스에서 내려와' 캠페인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당원 A 씨)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제안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오늘(14일)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당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4선 의원들 "당원들한테만 얘기하는 게 아냐…의원도 반성해야"

웃으며 시작했던 대화가 중간중간 격렬해지자 4선의 중진 의원들도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이들은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이 당원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원식 의원은 "(이 운동이)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당원들한테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라며 " 당 안의 갈등을 만들고 감정을 상하게 하고 혐오와 당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와 표현들, 이런 것들은 하지 말자, 그리고 그런 건 당원들이 외쳐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정권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본격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양 손에 다 방패를 들고 있습니다. 하나는 검찰의 공격을 막는 방패, 다른 하나는 내부 공격을 막는 방패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싸울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재명 대표를 좋아한다는 분들부터 내려놔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마음에서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얘기한 겁니다."
(우원식 의원)

정성호 의원도 지지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분들이 어떤 표현이건 간에 지지자들의 문자를 받는다고 화를 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지역구에서 다수 당원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당원이 주인이다. 국회의원 모두 다 그 점은 반성해야 할 것 같"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상희 의원은 " 조금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낙인을 찍어 버린다거나 굉장히 없어져야 할 존재로 본다거나 이런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 "이재명 대표를 정말 열렬하게 지지한다면 이재명 대표가 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며 강성 지지층을 겨냥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에서 좀 다른 것이다. 정책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정무적 판단이 다를 수 있고, 전략이 다를 수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서로 차이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지지자들은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안 하고 우리한테 요구하면 안 된다" "속 이 터진다. 우리는 정책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여전히 큰 의견 차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 설득과 경청의 힘을 믿는다”며 ‘2023,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자 우 의원은 이른바 'DJP 연합'(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언급하며 긴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우 의원은 "DJ 가 전혀 다른 세력을 끌고 와서 성공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강한 자신감'"이라며 "이재명 대표한테 그런 시간을 줘야 한다. 이 대표가 당내갈등을 잘 끌고 나갈 수 있고, 그런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의원들은 통합과 단결을 위해 앞으로 의원과 당원 사이의 소통을 늘려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커도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상대보다 크지 않다"던 이재명 대표, 당내 갈등을 메우고 내년 총선에서 지지층과 중도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까요? 결과야 어찌 되든, 일단 첫 발은 뗀 셈입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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