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호모히브리스'는 인류의 악일까,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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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은 '잭팟'이다.
인류는 수없이 많은 진화의 과정에서 아주 짧은 순간에 탄생했고, 이 우연으로 인류는 전 지구를 정복 했다.
이 행성에서 가장 뇌를 많이 쓰는 생명체인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인류와 교배와 출산을 거듭해 지구의 땅을 선점했다.
인류가 전염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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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책과함께 펴냄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은 ‘잭팟’이다. 인류는 수없이 많은 진화의 과정에서 아주 짧은 순간에 탄생했고, 이 우연으로 인류는 전 지구를 정복 했다. 하지만 이 정복의 역사는 기후위기, 팬데믹, 전쟁, 생태계 파괴 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면 할수록 지구와 인류의 삶은 망가져간다.
저자인 고고 유전학의 선구자 요하네스 크라우제와 과학 저널리스트 토마스 트라페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류 진화의 역사를 추적한다. 현생인류는 타 생명체에 대한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파괴적 속도로 진화의 정점을 향해 달려왔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빙하기의 추위를 견뎠고, 화산폭발, 장마, 맹수의 위험을 피하고 버텼다. 끝없이 자연과 투쟁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게 현생인류다. 인류 역시 자연 앞에 무력하지만 다른 동식물처럼 자연에 순응하지 않았다. 이를 이용하고 극복해 자체 진화했다. 저자는 책의 초반에서 인류가 빙하기의 추위를 피해 전 세계로 흩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목숨을 건 이주 중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 교배하며 유전적 이점을 취했다. 실제로 오늘날 인류의 유전자에 약 2%의 네안데르탈인 DNA가 포함돼 있다. 이 행성에서 가장 뇌를 많이 쓰는 생명체인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인류와 교배와 출산을 거듭해 지구의 땅을 선점했다. 그리고 방대한 지식을 처리하는 뇌를 유지하기 위해 거대 동물을 먹어치운다. 네안데르탈인은 결코 다른 동식물을 남획하지 않고 매머드와 공존했다. 어떤 인류도 현생인류만큼 남획을 일삼지 않았다.
저자들은 20세기부터 호모 사피엔스가 이런 지구 정복과정에서 ‘호모 히브리스’로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히브리스’는 그리스어로 ‘지나친 오만과 자신에 대한 맹목적 과신’을 의미한다. 인류를 다른 종으로 바꾼 계기는 ‘병원체’, 질병이다. 천년의 재앙인 흑사병은 시대 전환의 밑거름이었다. 흑사병은 예견할 수 있었다. 북반구의 기온상승으로 농경 수확량이 증가했고,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인구가 폭발했다. 도시의 위생은 나빠졌다. 하지만 인류는 영원히 성장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 코 앞에 다가온 전염병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신 인류는 20세기 초반 항생제를 개발한다. 인류가 전염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다. 하지만 해마다 1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B형 간염바이러스를 보자. 항생제를 남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균이 생겨난다. 인류는 팬데믹을 정복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비관적 상황에서도 저자들은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호모 히브리스에게 있다고 말한다. 인류가 정복의 본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지구 저편에 있는 수십 억 인구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아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류 종 중 ‘호모 히브리스’만이 인류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1만80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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