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라떼상사·회식 없으면 회사가 바뀔까···외국인이 겪은 '한국 기업문화'
최근 한국 기업에 공통적인 고민으로 급부상한 게 세대갈등이다. 기성세대 직원과 MZ세대 직원 간 단절이 회사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사회적 분위기가 탈위계를 지향하는 점도 한몫했다.
신작 ‘초기업’은 한국 기업이 이같은 세대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변화들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기존의 MZ세대와의 갈등을 다룬 다른 책과 달리 저자인 마이클 프렌티스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기업 네 곳에서 근무하면서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저자는 이 경험을 살려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회사 ‘상도(가칭)’를 내세워 위계 없는 조직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생생한 시도들을 다뤘다.
그는 최근의 한국 기업들이 이윤 추구의 유일한 목적에서 벗어나 탈위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봤다. 이들 기업이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은 ‘초기업’이다. 탑다운 식의 위계질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하고 구성원들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다. 위계질서로 상징되는 기성세대와 달리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개인의 기량·노고·성과가 인정받는 MZ세대의 직원이 많아진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초기업을 지향하는 한국 기업들이 도입했던 대표적인 조치가 바로 직계의 간소화다. 실제로 SK텔레콤, 삼성전자, 포스코, CJ 등 대기업에서 사원과 부장 사이의 직원들을 매니저로 통일하고 직원 간에 매니저님으로 부르도록 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직원들의 반발, 고객의 혼란 등을 이유로 일부 기업은 직계 간소화 제도를 포기했다.
저자는 호칭 외에 직원들이 직장에서 서로 구별 짓는 방식, 직원 간 구별을 드러나게 하는 다른 방식 등의 변수를 차단해야 수평적 호칭의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애플, 구글의 성공 요인이 수평적 호칭 문화라 판단하고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저자는 한국 기업의 회식 문화에서도 복잡한 위계질서가 엮여 있다고 봤다. 한국 기업들은 소주, 맥주를 마시는 기존의 회식에서 벗어나 볼링을 치러 가거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는 등 다른 회식을 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가 직원 개인의 선택이 아닌 상사의 선호, 선택에 따라 이뤄진다는 데 있다. 관리자가 아예 회식하지 않는 행동 또한 기업 관점에서는 조직의 불이익을 주는 사람으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회식하는 관리자도, 색다른 회식에 참여하는 직원들도 모두 탈위계가 될 수 없 셈이다.
기업들이 ‘나이 든 남성 관리자’를 초기업이 되는 데 장애물로 삼고 있는 태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기업들이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나이 든 남성 관리자를 겨냥한 용어를 사용한다고 분석한다. 회사가 명예퇴직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나이 든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 조기 퇴직에 가깝다. 삼진아웃 제도 또한 모든 직원 평가에 적용되는 정책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관리자 역량에서 좋지 못한 평판을 받은 나이 든 관리자를 향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나이 든 관리자에 문제의 원인을 찾지만 그가 사라진다고 해서 기업이 탈위계로 단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취지대로 나이 든 관리자가 문제려면 다양한 평가 인프라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만큼 독자가 기성세대든, MZ세대 직원이든 상관없이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이고 차등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정적이거나 퇴행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이라고 보는 것은 학자로서 태만한 태도”라며 “아직은 불완전할지라도 직장 생활 속에서 진정한 구별과 참여를 실현 가능한 초기업 이상으로 삼고 있는 많은 한국 기업의 진지한 노력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2만 원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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