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첫 고체연료 ICBM ‘콜드 론치’…미 전략폭격기 다시 한반도로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고체연료를 활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했다고 14일 공식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작전배치된 고체연료 단거리미사일 뿐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까지 고체연료로 전환하는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달리 미사일 발사의 신속성과 은밀성을 높여, 사전 탐지·요격에 어려움이 커진다.
이날 <노동신문>은 “시험발사는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다단계) 발동기(엔진)들의 성능과 단분리 기술 등 새 전략무기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험발사는 주변 국가들의 안전과 영내 비행 중 다계단 분리의 안전성을 고려해 1계단은 표준탄도 비행 방식, 2·3계단은 고각 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며,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2·3단 추진체는 평소의 시험발사처럼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비행했지만, 그 앞의 1단 추진체는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해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정상 궤적으로 비행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을 입증하려면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박한 바 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1단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압축된 공기를 방출할 때 생기는 강력한 압력으로 미사일을 띄워 올린 뒤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 론치’(냉발사) 방식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화성포-18’형을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는 가장 강위력한 핵심 주력 수단”으로 평가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 미사일 개발을 두고 “전략적 억제력 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며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결국 기존의 화성-12, 13, 14, 15, 17형 미사일 라인업이 액체연료형인데 모두 고체연료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적들에게 더욱 분명한 안보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사 현장에는 김 총비서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딸 김주애양이 함께했다.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의 하나다. 고체연료는 미사일 발사의 신속성과 은밀성 및 상승 속도를 높여,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미리 포착해 사전 타격하겠다는 킬체인 작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방부는 “이번은 고체연료 방식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시험발사이며, 체계개발 완성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미사일로 킬체인(탄도미사일 사전 징후 포착과 선제타격)이 무력화된다는 우려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는 과거의 최초 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위협 변화추세에 따라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표적탐지 및 분석능력, 지해공 기반의 초정밀신속타격능력, 복합다층미사일요격능력,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 등을 기술적으로 계속 진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이날 미국 전략폭격기 B-52H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B-52H 한반도 전개는 지난 5일에 이어 9일 만이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미 전략자산 전개 빈도를 늘리고 강도를 높여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동맹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말로 국민들이 봤을 때 피부에 와닿고 체감할 수 있는 확장억제력 그림이 그려졌구나 하는 모습을 (오는 26일) 한-미정상회담까지 만들어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핵 공동 기획과 관련해서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하도록 사전에 확고한 핵 억지시스템 동맹 안에 공동 기획이라든지 공동 실행이라든지 모의 연습이라든지 하는 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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