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만 강요하지 마" 간호법 상정 미뤄진 후 간호사들 다시 뭉쳤다
어제(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정된 간호법 제정안 상정이 보류된 가운데, 간호법의 국회 통과를 향한 현장 간호사들의 외침은 오늘도 계속됐다.
전국 62만 간호인과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이하 간호법범국본)는 지난 3일부터 간호법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서울 여의도의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연일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을 개최해왔다.
이 행사에 참여한 현장 간호사들은 "간호사에 대해 '백의의 천사'라는 헌신적 이미지만 앞세우고 헌신과 희생을 당연시하지만 정작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사회에서 속물 취급한다"며 꼬집었다. 또 병원에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환자는 간호사의 돌봄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의료법은 그것을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국회는 간호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 정문 1문과 2문 사이, 현대캐피탈빌딩과 금산빌딩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는 500여 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간호법 즉각 통과를 국회에 재차 요구했다.
문화마당을 찾은 서수진 간호사는 "의사는 환자를 처방하고 회진하지만 환자 곁을 지키지는 않는다. 간호사는 그 환자 곁을 24시간 지키면서 문제 사항을 즉각 파악해 보고하고 적절한 처치를 제공해 건강회복을 돕는다"면서 "베테랑 경력간호사도 열악한 간호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고, 그 공백을 신규간호사가 채운다. 그들 역시 현실에 충격을 받아 떠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업무 범위를 지키고 전인간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에 힘을 보태 달라"며 국회에 간호법 통과를 호소했다.
투석 환자를 돌보는 임혜원 간호사는 "코로나19로 말기 신부전 환자들의 투석할 병원이 없어졌을 때 본원 투석식을 개방해 주변 환자들까지 수용하며 환자를 돌봤다. 정규 투석 환자를 돌보는 업무가 종료되면 코로나 투석 환자를 돌보며 12시간 이상 방호복 안에서 사투를 벌였다"며 "하지만 처우 개선이나 고강도 노동에 대한 임금 인상을 주장하면 속물 취급을 받는다. 정확한 업무의 한계 없이 필요에 따라 간호사의 당연한 업무라고 떠넘겨졌던 일들이 어떤 때는 타 직종의 업무를 넘본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 본연의 업무가 무엇이고 그 업무를 정확히 규정하는 일이 어떤 이유에서 타 직종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비난거리가 되는지 궁금하다"며 "간호법은 간호사가 단독으로 처방업무를 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간호인 양성을 도모하고 그들을 통한 처치와 간호를 수행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국회 앞에 이어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진행됐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도와 간호사는 "간호사는 아무도 자신을 코로나19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웅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환자와 함께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의 간호사이고 싶을 뿐"이라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에 간호사는 있는데 간호법은 없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해 법이 정한 간호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타 직역의 일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는 간호사 업무만 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선정 간호사는 "의사는 대부분 지역사회에 '왕진'을 가지 않는다. 병원에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환자는 간호사의 돌봄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의료법은 그것을 불법이라고 한다"며 "그렇기에 간호법 제정은 꼭 필요하다. 간호법은 대한민국 초고령사회와 미래 감염병에 대비한 국민의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리는 민트 프로젝트의 대표색인 민트색 물품이 활용됐다. 또 참가자 모두 민트색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했다. 민트 프로젝트는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려 국민의 마음인 '민심을 튼다'는 의미를 담아 민트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하고 전국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시민들과 '큐피드(cupid)', '파이팅해야지','밤이 무서워요','이제 나만 믿어요'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으로 떼창(다 함께 부르는 노래)을 부르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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