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는 흰연기, 액체연료는 붉은연기”...北 ICBM 판별법
북한이 14일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그래픽 편집과 박진감 넘치는 배경음악으로 시작하는 영상에서는 화성-18형의 발사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기습 타격력이 향상된 고체연료 미사일을 과시해 한미에 경고 메시지를 내고 내부 결속도 노리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 전술의 하나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정오 전날 이뤄진 화성-18형 시험 발사 장면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화성-18형은 흰색에 가까운 황색 빛깔을 띠는 화염을 뿜으며 치솟았다. 붉은색에 가까운 황색 화염을 내는 액체 연료 미사일 화성-17형 등과 다른 것이다.
화염 모양에서도 고체 연료 특징이 잡혔다. 영상을 보면, 화성-18형의 화염은 발사 당시 주변으로 퍼졌다. 촛불과 비슷한 형태로 모이는 액체연료 화성-17형과 다른 화염 모양을 보인 것이다.
화염 형태가 차이나는 것은 고체와 액체 연료의 점화 방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체 연료인 화성-18형은 이번에 ICBM로서는 최초로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썼다. 콜드 론치는 압축 기체를 이용해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10여m 상승시킨 뒤 공중에서 연료로 엔진을 점화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액체 연료인 화성-17형은 일반적인 ‘핫 론치’(hot launch) 방식으로 가동돼, 발사 순간부터 엔진이 점화한다.
화성-18형 발사 장면에서는 콜드 론치 미사일에 쓰이는 하단부 덮개 형상이 보이고, 미사일 공중 점화 때 날아가는 덮개로 추정되는 물체도 식별됐다.
콜드 론치 방식 발사는 고체 엔진의 점화 및 추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발사 당시 충격에 의한 TEL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번 신형 고체 ICBM의 TEL은 좌·우 9개씩 18개의 바퀴가 달렸다.
만약 고체 IC BM을 핫 론치 방식으로 쐈다면 TEL이 충격을 못 이기고 뒤집히거나 부서질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화성-18형은 지난 2월 인민군 창건일 열병식에 등장한 것으로 차체 크기 등을 고려할 때 미사일 길이는 20m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은 9축 TEL에 실린 형태로 신형 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차량번호는 ‘571′에서 ‘575′까지 5대가 식별됐다.
영상에서는 김정은이 그의 둘째 딸 주애와 함께 터널에 엄폐된 화성-18형을 살펴보는 장면도 나왔다.
화성-18형 발사 영상은 한 편의 영화처럼 발사 준비 단계부터 김정은이 발사 명령을 내리고 이하 참모들이 발사 절차에 들어가 실제 미사일이 발사돼 비행하는 모습, 그리고 이후 김정은이 “대만족을 했다”며 평가하며 마무리됐다. 김정은이 격납고에서 미사일을 바라보며 관계자들에게 지시하는 모습,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해가 떠오르고 발사일인 달력의 ‘13일’에 조명이 쏟아지는 장면, 화성-18형이 천천히 나무들 사이 공터로 보이는 발사장에 들어서는 과정도 담겼다. 영상은 ‘화성-18형’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을 10회가량 다양한 각도에서 반복해 보여주기도 했다. 김정은이 담배를 쥐고 딸 김주애와 나란히 앉은 모습, 김주애가 지난달 화성-17형 참관 당시 착용한 명품 외투 디올을 입은 사진들도 영상에 포함됐다.
군사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영상을 분석한 결과, 화성-18형 발사 지점은 평양 삼석 구역으로, 대동강교에서 남쪽 5km 지점의 대동강변 공터로 추정된다”면서 “김정은이 딸 주애와 발사를 관측한 곳은 그 인근의 별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이번 발사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공개했던 교체연료 발동기를 실제 무기 체계에 적용해 ICBM급에 장착하고, 터널에 ICBM을 숨겼다가 기습 발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는 우리 군의 킬 체인 역량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번 발사는 정점 고도가 3000km, 사거리 1000km로 고각이 아닌 정상 발사 시 사거리 6000km 미만이어서 사실상 실패한 것에 가깝다”면서 “이렇게 아직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단계에서 김정은까지 나서 열심히 선전한 것은 4·15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무력 과시를 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조바심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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