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소송에 시달린 '유전자가위' 석학…"과도한 감사, 연구·창업에 부담"

제주=김인한 기자 2023. 4.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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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4일 "과학자로서 대기업, 창업기업, 교수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는 1년 내내 감사를 받는다. 감사 부담만 줄여도 연구 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제주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과학계 연구 환경 개선에 필요한 지원책'을 묻는 말에 "출연연은 기관 자체 감사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감사원·국회까지 감사만 4단계를 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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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전자가위 세계적 석학 김진수 교수
과학 연구기관 '연구환경 개선' 위해 소신 발언
"과학자들 연쇄 창업해야, 제도적 뒷받침 필요"
유전자가위 분야 석학인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유전자가위는 인간·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 DNA를 절단해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 사진=김인한 기자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4일 "과학자로서 대기업, 창업기업, 교수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는 1년 내내 감사를 받는다. 감사 부담만 줄여도 연구 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제주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과학계 연구 환경 개선에 필요한 지원책'을 묻는 말에 "출연연은 기관 자체 감사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감사원·국회까지 감사만 4단계를 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유전자가위 분야 석학이다. 유전자가위는 인간·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 DNA를 절단해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김 교수는 1999년 바이오 기업 툴젠을 창업하고 서울대 화학부 교수, IBS(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등을 지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김 교수를 세계 선도 연구자 12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IBS는 2017년 내부 감사를 통해 김 교수가 연구 중 일부 비위행위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그 뒤로 수년간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유전자가위 특허기술 발명 신고를 하지 않은 점, 서울대 교수 시절 재료비 외상값을 IBS 단장 연구비용으로 결제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연구비 사적 이용은 없었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당시 과학계에선 과도한 감사 등이 연구 환경을 위축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제가 IBS에서 100% 잘못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고 규정을 위배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정부는 기초과학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며 "출연연은 연구비 걱정 없이 국가로부터 연구비를 받지만 감사 등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자율적 연구, 창업 장려할 지원책 필요

김 교수는 또 과학자들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면 다양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모더나를 창업한 로버트 랭거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교수가 창업한 기업이 40개가 넘는 사례를 들며 "랭거 교수가 맨 처음 창업한 회사에서만 일했다면 모더나라는 회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학자는 초기 창업하고 기술개발에 관여하지만 5~10년 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선 창업자가 할 일이 거의 없다"며 "생명공학 연구를 하다보면 창업할 기회가 많이 보인다. 과학자들이 연쇄 창업가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는 과학자들이 창업한 기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을 보면 여전히 창업하신 분들이 대표나 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것이 바이오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미국형 창업 생태계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VC(벤처캐피털) 주도로 창업이 이뤄지고, 이들 투자기관이 CEO(최고경영자)를 뽑는다"며 "미국에서 창업한 교수들은 훨씬 자유롭고 연쇄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제도적인 뒷받침된다면 창업 기회는 무수히 많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난해 IBS 단장을 사임한 이후 툴젠에 이어 '엣진'과 '그린진', '레드진'이란 스타트업을 연쇄 창업했다. 엣진은 유전자 교정으로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료하는 비즈니스모델이다. 그린진과 레드진은 각각 식물 엽록체를 교정해 광합성 효율을 늘려 탄소저감 극대화, 배양 혈액을 만드는 기술로 바이오 시장을 개척 중이다. 김 교수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며 관련 기술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제주=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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