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타자엔 호재?…기온 1℃ 오를 때 홈런 2% 늘었다
"2100년 홈런 年 467개 증가"
다트머스대 연구팀, MLB분석
기온 상승하면 공기저항 감소
비거리 늘어 홈런 치는데 유리
야구공 감싼 108개의 실밥
변화구 비밀은 '베르누이 정리'
회전 주면 위·아래 압력 달라져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공으로 하는 스포츠는 흔하다. 하지만 야구는 특별하다. 공에 없어도 될 것 같은 108개 실밥의 폭까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변화부터 야구공 표면의 작은 흠집까지 사소한 차이가 경기당 홈런 수와 변화구에 영향을 미친다. 야구공에 숨은 과학 원리를 파헤쳤다.
○기온 1도 상승 시 연간 홈런 약 2%↑
14일 야구팬에게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과학계에서 발표됐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1962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열린 10만 경기의 홈런 22만 개를 분석했다. 기온 상승과 홈런 개수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에 실었다.
연구 결과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홈런은 1.96% 늘었다. 구장별로 살펴보면 미국 시카고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선 온도가 1.5도 상승했을 때 시즌당 홈런이 평균 3개 늘어났다. 온도가 2도 상승했을 때는 평균 7개, 4도 이상 상승했을 때는 15개의 홈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와 뉴욕 양키스 홈구장 양키스타디움에서는 온도가 3.5도 상승했을 때 각각 13개, 14개의 홈런이 연간 추가로 터졌다.
기온이 오를 때 홈런이 증가하는 것은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온도가 상승하면 공기 분자의 에너지가 커진다. 공기 분자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공기 저항이 줄어든다. 저항을 적게 받는 야구공은 더 멀리 뻗어간다. 서울 잠실야구장 타석에서 좌우 중간 펜스까지의 거리인 120m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온이 5.56도 상승하면 비거리는 1.2m 늘어난다. 연구팀은 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2100년에는 연간 467개의 홈런이 더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야구공 실밥, 변화구·홈런에 영향
홈런에는 기온 변화와 함께 야구공 자체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야구공은 크게 5개의 서로 다른 재질로 구성된다. 코르크와 고무 케이스로 이뤄진 코어를 양모와 면사로 감싸고 다시 두 장의 가죽으로 덮은 뒤 실로 꿰매 만든다. 이때 생기는 108개의 실밥이 중요하다. 투수는 실밥을 손톱 끝에 걸쳐 원하는 만큼 회전시키며 공을 던진다. 회전하는 공은 ‘베르누이 정리’에 따른 ‘마그누스 힘’에 의해 궤적이 바뀐다. 다양한 변화구가 이렇게 탄생한다.
베르누이 정리는 기체 흐름 속도가 빠른 곳의 압력이 낮아지고, 흐름이 느린 곳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압력이 높은 곳에서 압력이 낮은 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마그누스 힘이다. 예를 들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공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공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면 공 위쪽을 따라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은 빠르다. 공의 표면이 공기를 왼쪽으로 밀어내면서 공기 흐름이 가속되기 때문이다. 공에 가해지는 압력이 낮다. 반대로 공의 아래 부분은 공기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공의 표면이 공기와 반대 방향으로 부딪치면서 공기 흐름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압력이 높은 곳인 공의 아래쪽에서 압력이 낮은 공의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발생한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던진 공이 타석 앞에서 좌우로 방향을 확 틀거나 낙차 큰 커브가 생기는 원리다.
야구공의 매끄러운 가죽 표면은 공이 진행하는 전방의 공기 저항을 줄인다. 반면 공 후방에서는 낮은 압력으로 인한 공기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공기 소용돌이는 공을 뒤로 잡아당기는 역할을 한다. 공의 실밥은 공기 흐름을 불규칙적으로 만들어 공 뒤쪽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투수 입장에서는 장타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매끄러운 공이 유리하고, 타자 입장에서는 홈런을 치기 위해 거친 표면의 공이 좋다. 이에 투수들은 공을 던지기 전에 가죽 표면의 흠집을 발견하면 심판에게 공 교체를 요청한다. 한 경기에 약 110개의 야구공이 필요한 이유다.
야구공의 반발계수도 중요하다. 반발계수는 충돌 후 속도를 충돌 전 속도로 나눈 값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규정하고 있다. 온도가 야구공의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반발계수를 측정하는 시험은 엄격하게 이뤄진다. 23도 상태에서 야구공 12개가 시험에 사용된다. 초속 75m로 야구공을 발사해 고정된 벽에 맞고 튕겨 나오는 속도를 측정하는 시험이 72회 이뤄진다.
초속 75m는 시속 270㎞다. 현존 최고 투수인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최고 구속이 시속 164㎞인 것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빠른 속도다. 이는 평균적인 투수의 직구 속도인 시속 140㎞에 타자의 배트 회전 속도인 시속 130㎞를 합산한 수치다.
KBO는 홈런과 장타가 많이 발생하는 ‘타고투저(打高投低)’를 완화하기 위해 소재에 변화를 주고 2019년 반발계수를 소폭 낮췄다. 반발계수가 0.01 감소하면 타구 비거리는 2~3m 줄어든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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