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직도 상사 폭언 시달려요"… 갈수록 늘어나는 직장내 괴롭힘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4.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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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901건 신고 최다
검찰 기소의견 송치 102건
300인 미만 사업장이 80%

한 지방대 병원에서 근무하던 A씨는 술자리를 거절했다는 이유 등으로 직장 내 따돌림을 받아왔다. 그는 2021년 인사 발령 후 전임자가 쓰던 컴퓨터에서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향해 '쓰레기' '또라이' '왕따시켜야 해' 등 비방을 일삼았던 메신저 기록을 발견했다. A씨는 해당 기록을 증거로 지난해 가해 직원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병원은 A씨를 보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2개월 정직처분을 내렸다. A씨는 병원을 상대로 부당징계 소송을 벌여야 했고, 지난 1월에서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정서를 받았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시행됐지만 일선 현장에서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총 8901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보다 14.5% 증가한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가장 많았다. 괴롭힘 행위 유형(복수 응답)별로는 폭언이 33.6%로 가장 많았다. 부당 인사(13.8%)와 따돌림·험담(10.9%) 등이 뒤를 이었다.

고용부가 신고 내용을 조사한 이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건수도 지난해 102건으로 법 시행 후 가장 많았다. 이는 2021년보다 59.4% 증가한 수치다. 2021년 10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과태료 부과 규정이 시행됐는데 지난 3월까지 총 316건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빈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신고 사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괴롭힘은 55.9%(4974건)로 나타났다.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 비중도 25%(2225건)에 달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접수에서도 유사했다.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는 1561건으로 2021년에 비해 1%가량 소폭 감소했지만 그중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80.4%(1255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근로자는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지방노동청에 신고한 B씨는 "하루 연차를 사용하는 것도 눈치를 주는 회사가 수두룩한 현실에서 근로자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적발 시 사법처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국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률·심리상담센터 10곳을 운영하고, 직장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를 신속하게 조사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제재하는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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