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솨이 ‘미투’ 지지했던 WTA, 중국 내 투어 재개키로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성폭력을 고발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안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펑솨이의 ‘미투 폭로’를 지지하며 중국 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던 여자프로테니스(WTA)가 중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WTA는 13일(현지시간) “16개월간 중국 대회를 중단하고 (펑솨이의 안전 확보라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며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선수들과 대회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오는 9월부터 중국 대회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티브 사이먼 WTA 최고경영자(CEO)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펑솨이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그가 베이징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면서 “대다수의 선수가 중국 대회 재개를 지지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복식에서 2차례 우승한 펑솨이는 2021년 11월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제기했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펑솨이의 웨이보 계정이 사라진 것은 물론 그의 행방까지 묘연해졌다.
이에 WTA는 펑솨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고, 그해 12월에는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 개최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WTA의 중국 대회 보류는 ‘용기 있는 결정’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크게 잃을 것도 없었다. 당시 중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강력한 방역 지침으로 대회 개최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올해부터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WTA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돼왔다. 중국에서 9개의 투어 대회를 열었던 WTA는 매출 타격이 커지자, 결국 중국 대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WTA의 이같은 결정은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WTA의 이번 결정을 두고 “돈의 힘이 다시 승리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펑솨이는 2022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린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 매체 레퀴프와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당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난 사라진 적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고 은퇴 의사를 전했다. 그러고는 이후 다시 1년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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