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이상한 '우드스탁 페스티벌'…갈수록 태산?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1969년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러브 앤 피스(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뉴욕주 베델 '우드스탁 페스티벌(우드스탁 뮤직 앤 아트 페어)'에 모였다. 이 페스티벌이 생산한 담론의 의미도 큰 것이었지만 출연진도 지미 헨드릭스를 필두로 재니스 조플린, 텐이어스애프터, 더 후, 마운틴, 제퍼슨 에어플레인, 그레이트풀 데드, 슬라이앤더패밀리스톤, 산타나,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 영, 존 바에즈, 알로 거슬리, CCR 등등 두고두고 회자될만큼 역대급이었다. 이 '문화 현상'은 1970년 다큐멘터리 '우드스탁'과 3장짜리 앨범 사운드트랙으로 생생히 기록됐다.
분홍색 테두리의 담요로 가려진 한 쌍을 자켓으로 사용한 우드스탁 페스티벌 OST 앨범도 화제였다. 사진 속 실제 주인공 바비 켈리 에콜린은 지난 3월 18일 뉴욕주 파인부시 자택에서 향년 73세로 타계해 여러 외신에서 우드스탁이 톱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세계의 여러 음악페스티벌은 우드스탁을 참조하는 가운데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드스탁하면 음악축제(페스티벌)의 레전드, 최고봉 등 최고의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른바 '록페' 또는 '음악축제'의 아이콘인 것이다.
우드스탁은 그 엄청난 명성으로 창립자 및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음악축제로 계속 이끌어가자"와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역사 속으로 묻어두자" 등으로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미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드스탁 유럽, 우드스탁 아시아, 우드스탁 재팬 등 프랜차이즈 타입의 세계 최대 음악축제로 산업화시키자는 의견이 한때 설득력을 얻어 이런 식으로 추진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우드스탁 30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1999년 뉴욕주에서 열린 우드스탁 30주년 페스티벌은, 60년대의 오리지널 모토와는 달리 폭력과 절도, 강간, 상술(폭리) 등이 난무하며 행사 취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말았다. 30년이란 어마어마한 시간의 공백(변화), 다시 말해 음악 및 시대‧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이런 제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 후 24년이 또 흘렀다.
이 기간에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강조하며 우드스탁 측에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나라다. 우드스탁의 사랑과 평화의 정신을 분단국가인 사우쓰코리아에 페스티벌로 부활시켜 통일 기원의 가교 역할이 되겠다는 취지는 우드스탁 페스티벌 창립 관계자들의 마음을 열게 할 좋은 명분이었다.
그러나 우드스탁 페스티벌 국내 유치는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 이어 2010년에도 우드스탁 한국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다. 초반엔 각종 뉴스로 비중 있게 다뤄지며 관심을 고조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며 스폰서십(자금) 및 출연진 섭외 등 여러 문제, 다시 말해 진행상 미숙으로 논란이 돼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지난 1월 6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 한국 개최 확정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고, 많은 매체가 기대감에 차 뉴스로 쏟아냈다. 이날의 '개최 확정' 기자회견 이후 특별히 업데이트된 뉴스 없이 시간이 흘렀고 3월 후반 '얼리버드 티켓 오픈'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1월 기자회견의 요지는 결국 'IP 획득'인데, 그렇다면 본격 행사 개최를 위해선 출연진 섭외 등 준비해야 할 게 많이 있음에도 행사 일정이 7월 28~30일까지로 정해진 것이다. 일반 콘서트도 아니고 당대 최고의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함께한다는 우드스탁인데, 따라서 이들을 섭외하려면 각 소속사 또는 에이전시와 스케줄 조율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세계적인 유명 페스티벌들도 헤드라이너 급일 경우 최소 1년 전부터 빅스타들과 스케줄 조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드스탁 페스티벌 포천'은 1월 IP 획득에 이어 7월 공연 개최 스케줄, 그리고 누가 출연하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3월 후반부터 티켓오픈(얼리버드)을 진행했다. 그야말로 놀랍고도 낯선 진행 방식이었다. 이번 우드스탁처럼 출연 팀 하나라도 공개하지 않은 채 티켓 오픈부터 한 예는 국내 및 전 세계의 페스티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최소한 우드스탁이란 상징성‧무게감에 어울릴만한 세계적 아티스트 한둘 정도는 1차 라인업 형태로 공개해야 했다. 안 그래도 우드스탁 한국 공연이 몇 차례 취소돼 음악팬들에겐 행사의 신뢰도가 바닥이나 다름없던 상태였다. 그런데도 출연진 확정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이 티켓 오픈부터 하는 방식은 "이 공연은 바로 그 어마무시한 레전드인 우드스탁이야,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하니까 일단 보러 와"란 논리에 다름 아니다. 구매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행방식이다.
세계적 권위의 유명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글래스톤베리'를 보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2022년 6월에 열리는 축제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헤드라이너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2021년 10월 전 세계의 매체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수십 년 넘게 최고의 음악축제 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이러한 브랜드도 다음 연도 헤드라이너를 9~10개월 전에 알린다. 그만큼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가지며 진행한다는 것이다. 에드 시런‧라디오헤드를 헤드라이너로 세우며 더욱 큰 화제가 됐던 글래스톤베리 2017도 행사가 한참 남은 시점에서 이들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코첼라 페스티벌 또한 2015년엔 AC/DC와 드레이크, 2016년엔 GNR과 캘빈 해리스, 이어 라디오헤드‧레이디가가‧켄드릭 라마(2017), 위켄드‧비욘세‧에미넴(2018), 해리 스타일스‧빌리 아일리시(2022), 그리고 올해 헤드라이너론 한국의 블랙핑크와 배드버니인데 이 모든 게 행사가 진행되기 최소 반년 전 또는 그 전에 결정, 뉴스로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1차 라인업 공개 때 눈에 띄는 헤드라이너급 아티스트 한둘을 공개하는 건 관례다. 권위 있는 유명 페스티벌들의 경우 1차 라인업 때 당 행사의 가장 중요한 빅스타를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1차 라인업 공개는 그만큼 그해 행사의 성격/위상, 티케팅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예정이던 글래스톤베리 50주년엔 폴 매카트니가 헤드라이너로 확정됐는데, 글래스톤베리 측은 이 소식을 전년도 11월에 고지했다. 물론 이 행사는 코로나로 취소됐고 이후 2022년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따라서 포천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이제 행사가 불과 3개월(10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게 된다.
우드스탁페스티벌은 티켓을 오픈하며 "3일권 36만, 2일권 26만 원 / 라인업은 4월 중순 발표 예정으로 얼리버드 티켓판매 뒤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홈페이지엔 "출연 아티스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환불은 불가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누가 출연하느냐가 모든 공연의 관건이며 티케팅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포인트다. 그런데에도 아티스트 변경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이 문구 내용으로 온라인상에서 음악애호가들이 황당하다며 비판하자 얼마 후 이 내용은 아래와 같은 문구로 바뀌었다.
"출연 아티스트는 '코로나19 등' 부득이한 개인 사정으로 취소 및 변경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취소 및 환불은 불가합니다."
우드스탁 코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우드스탁/공지/아티스트/티켓판매/굿즈/정보/협력사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고, 아티스트란을 클릭하면 예전 해외에서 열린 우드스탁 관련 사진만 몇 개 있고 정작 출연 아티스트라곤 하나도 없었다. 예전 우드스탁 출연 아티스트 일부 사진으로만 대체돼 있다가 14일 라인업을 공개하며 업데이트했다.
오늘(14일) 공개된 우드스탁 페스티벌 1차 라인업을 보면 일본의 헤비메틀밴드 라우드니스가 헤드라이너이고 그 외 국내의 여러 가수가 이름을 올렸다. 좀 당혹스러웠다.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가며 굳이 우드스탁이란 명칭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만큼.
예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 대중음악계의 변방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내 일부 관계자들이 아직도 '우드스탁'이란 명칭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 세계의 그 어떤 페스티벌도 헤드라이너의 헤드라이너, 즉 음악축제 최고의 히든카드가 될 메인스타는 초반부터 일찍 공개하며 붐업시키는 게 홍보 마케팅 관례다.
그럼에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진행상의 여러 미숙함으로 포천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헤드라이너로 라우드니스를 내세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라인업에 대한 주최측의 자신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얼마 전 몇몇 네티즌이 언급했듯이 롤링 스톤즈‧AC/DC 등 우드스탁이란 무게감에 걸맞는 초대형 글로벌 아티스트 출연을 기대하며 현장에서 특별한 추억을 원했던 사람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엔 하긴 하는구나"로 만족하는 사람들에겐 논외일 수도 있겠지만.
주최 측은 5월에 2차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행사가 열리는 시점을 불과 2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때라 이 또한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게 된다.
이러한 초대형 이벤트를 단 몇 개월만에 열겠다는 무모함도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 차라리 지난 1월 IP 획득 기자회견에 이어 꼼꼼하게 준비해서 내년 7월을 행사 D-데이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한편, 인천일보는 13일 자 뉴스에서 "포천 우드스탁 페스티벌 공연기획사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인천일보는 "문체부 관계자가 올해 2월쯤 공연기획사 관계자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명칭을 써도 되는지 문의가 들어와 '승인해 줄 수 없다'고 안내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SGC 측은 "후원 명칭 사용을 문체부에 요청했지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후원 명칭을 사용한 것은 단순한 실수였다. 바로 삭제했다"고 인천일보는 전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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