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에 '1급 기밀' 수백장 올린 공군 일병…유죄땐 수백년형
FBI, 장갑차 동원한 검거작전
수사 5일만에 모친집서 잡혀
사진 배경서 자택 모습 포착
美국방부 "고의적 범죄 행위"
CNN "1급 기밀 취급자 축소"
미국 국방부 기밀 유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병사가 체포됐다. 미국 정부는 "고의적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논란이 된 병사를 '국방 기밀 반출 및 전파 혐의'로 기소할 계획이다. 앞으로 미국 국방부는 1급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 대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기밀 유출 가능성을 차단할 예정이다. 미국 법무부는 13일(현지시간) 정부 기밀문건 유출 및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공군 주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 일병(21)을 체포하고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세이라는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 대화방 운영자로 활동하며 주요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주방위군에 입대한 뒤 군사 통신망 관리 업무를 담당했으며, 디스코드 대화방에서는 과시욕에 사로잡혀 많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시설에서 일한다"며 자신을 과시했고, 처음에는 일부 내용을 문자로 유출하다 점점 더 많은 문서의 사진을 찍어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정보 유출이 발생했으며 유출된 문서만 3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오늘 법무부는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소지·전파한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테세이라를 체포했다"며 "테세이라는 주방위군 공군 소속"이라고 밝혔다. 수사 개시 6일 만에 용의자를 체포한 것이다. 이어 그는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오늘 오후 아무 사고 없이 테세이라 신병을 확보했다"며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테세이라가 촬영해 올린 기밀문서 사진 속 배경에 반복적으로 찍힌 그의 자택 모습을 포착한 뒤 위치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테세이라 체포 장면은 적군의 주요 인사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가 군인이고 '총 애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칫 총기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FBI 요원들은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에 있는 모친 집에 테세이라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곧바로 집 안으로 급습하지 않고 밖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테세이라는 우려와 달리 큰 저항 없이 집 밖으로 나와 체포에 응했다. 그가 양손을 머리 뒤로 하고 천천히 집을 나온 반면 FBI 요원들은 장갑차와 함께 무장한 채 긴장을 유지했다. 당초 FBI는 테세이라가 출근하면 연행할 계획이었으나 그가 출근하지 않자 집으로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범죄 심각성을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각자는 (기밀 유출 방지와 관련해) 비공개 계약서에 서명한다"며 "(문건 유출은) 고의적 범죄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런 무단 유출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유출 범위와 규모, 영향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기관, 정보당국과 함께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장교도 아닌 하급 병사가 민감한 정보를 취급한 점에 대해 비판했다. AP통신은 "장교 신분도 아닌 하위 계급 병사가 공군 정보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1급 비밀(TOP SECRET)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번 일로 동맹과 적 모두에 대한 스파이 활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민감한 군사 정보까지 노출됐다"고 꼬집었다.
국방부는 당장 1급 비밀에 대한 정보 접근권을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군 1급 비밀에 대해 일일 정보 브리핑을 받는 정부 당국자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이번 사태로 정보 배포 리스트를 축소하면서 매일같이 군 기밀 브리핑 자료를 받아오던 일부 관리에 대한 정보 수신이 최근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CNN은 "국방부가 기밀문건 배포 명단을 얼마나 줄였는지, 또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추가로 더 많은 이에 대한 문건 접근이 거부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유출 사건이 프린트된 문서를 촬영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법무부는 최근 몇 달간 국방부 내 인쇄 기록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일부 고위급은 좀 더 기민하게 대처하고 여백에 메모하길 원하기 때문에 종이 서류를 원한다"며 "이번 파문으로 인쇄를 차단하고 태블릿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체포된 테세이라는 유죄평결을 받을 경우 수십 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스파이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반출·소지·전파된 문건 1개당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세이라가 대화방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문건은 최소 수십 건 이상이다. 산술적으로 최대 수백 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진영태 기자 /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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