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김밥·마약베개 …'이런 상호' 규제해야할까요
거리 곳곳 '마약' 내건 가게
사회적 경각심 약화 우려도
국회선 규제법안 3건 계류
"소비자들 그정도는 구별해"
소상공인 '영업 침해' 반발
'목과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줘 한번 누우면 다시는 일어나기 힘든 마약베개.' '줄 서서 먹는 원조 마약김밥.'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마약베개'와 '마약김밥' 등을 검색하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품과 식당 후기다. 이 밖에도 '마약칼국수' '마약감자탕' '마약레깅스' 등 '마약'을 상호명으로 내건 곳이 눈에 띈다.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음료' 시음행사가 열리는 등 마약 범죄가 급증하면서 '마약'이 들어간 상품명을 두고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류를 상호 또는 상품명으로 등록하는 것은 마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비유적으로 드는 이름마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1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와 주요 광역자치단체들은 마약류를 상품명으로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및 조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자가 '마약○○'과 같은 이름을 상호 또는 상품명으로 등록하는 것을 당국이 어디까지 규제하느냐가 쟁점이다. 이날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마약류 관련 표현을 식품 상품명 또는 상호명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서울시는 시의회에서 '마약류 상품명 사용 문화 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조례안이 지난달 발의돼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모두 국회의 개정안처럼 마약류 상호·상품명 사용을 시장과 도지사가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회와 지자체가 앞다퉈 '마약 상표 규제안'을 빼든 셈이다.
반면 이러한 규제안이 소상공인 영업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상품 이름에 들어가는 '마약'은 그만큼 품질이 좋고 만족스럽다는 비유적 의미인데 법이나 조례로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3년 넘게 상호명에 '마약떡볶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29)는 "상호명에 마약이 들어갔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정도의 사리 분별도 못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경기도의회는 이런 점을 고려해 법안과 조례안 의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례안을 통과시킨 서울시의회도 제정 과정에서 "국회에 관련 법률안 3건이 계류돼 있으며 주요 대상이 소상공인임을 고려할 때 시민의 공감대 형성과 소상공인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강제성 있는 조항을 임의규정으로 완화했다.
시민들 반응도 나뉜다. 대학생 이 모씨(23)는 "그간은 마약 청정국이었으니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표현이지만 지금은 사회적 문제가 된 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상호명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충분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조 모씨(29)는 "요즘 마약 문제가 심각해져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급급해 내놓은 미봉책이 아닌가 싶다"며 당국의 섣부른 결정을 지적했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대 교수)은 "상호명이나 상품명에 '마약'을 넣는 걸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홍주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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