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엔 50대 男도 있다…검찰개혁·젠더이슈 좇는 이재명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이라고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지지층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개딸은 진보진영 내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얽히고설켜 이뤄낸 '팬덤' 활동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구체적 실체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명단도 불분명하다. '개딸'이라는 단어에서 추정할 수 있는 2030세대 여성 이미지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개딸 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조직을 추적하자 '청출어람' '잼잼기사단' '개혁국민본부' '촛불행동' 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개딸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외에도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세력이 확대됐다. 최근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칭하는 열성 지지자를 찾아봤더니 50대 남성이었다는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딸'이라는 이름이 처음 생긴 것은 초기 활동 당시 여성 관련 의제를 주로 들고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검찰개혁, 이재명 대표 수사 반대, 강제징용피해 배상해법 반대 등 다양한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 개혁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진보개혁 인물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이재명을 상징하는 가난을 극복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오른 인물이라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다와 남자를 결합해 만든 말) 신드롬'을 표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개딸'에서 '양아들(양심의아들)' 등으로 팬덤 활동이 분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활동이 활발한 조직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청출어람이 개딸 이미지에 제일 가깝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2030세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달 중 20일가량을 이 대표의 공식 일정을 따라다니고 일부 민주당 의원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한준호·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과 간담회를 했고,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파란색 장미로 만든 곰인형을 전달하기도 한다. 한 청출어람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청출어람, 허브농장, 더명문학교, 청친회 등을 검색하면 우리의 활동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기준 청출어람과 더명문학교의 인스타그램 공식 폴로어는 각각 472명, 221명이다. 특히 더명문학교는 오는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최강욱 민주당 의원·민형배 무소속 의원과 담소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이 같은 2030세대 지지자가 이재명 대표의 진정한 팬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재명이란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 가깝다"고 말한다.
당원 관리 등을 맡은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들은 여성 혐오 등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이재명을 택한 것"이라며 "민주당에 다른 대권주자들이 나오면 (개딸은) 그에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파란색 장미를 전달하는 등 이 대표 열성 지지자로 활동하는 30대 A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재명이 현재 민주당 내에선 가장 진보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 지지율이 압도적 1위로 나오는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잼잼기사단의 경우 다소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자원봉사와 집회 활동을 주로 하는 단체다. '잼잼'은 이 대표를 부르는 의성어에서 따왔다.
네이버 밴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잼잼자봉단은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정치 철학과 정신을 바탕으로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민주당 개혁 △검찰·언론개혁 △이재명·문재인 수호를 위해 전국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지역별로 자원봉사를 한다"고 자신들을 설명한다. 이들은 평소에는 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정치 이야기 등을 나눈다. 하지만 검찰 출석 같은 이 대표 관련 일정이 생기면 전국적인 조직력을 동원해 지지 행렬을 보인다. 잼잼기사단 소속 한 당원은 "잼잼자봉단을 통해서 많은 분을 만나 힘이 되고 있다"며 "모임에 서로 먹을 것도 들고 오며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 와서 별의별 음식을 다 먹어봤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원은 "'잼잼기사단'의 경우 나이 많은 어르신이 많이 계신다"며 "이들은 이 대표를 순수하게 좋아해 따라다니는 사람들이고 형편이 어려우신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로 가난을 이겨내고 대선 후보에 오른 이 대표의 삶에 지지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개혁국민본부는 대다수가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현직 시절부터 '검찰독재 저지' 등을 외쳐왔던 이들이 최근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 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세력이지만 지난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에 가까운 세력으로 분류된다.
'개딸'은 뚜렷한 조직이 없기 때문에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이 대표의 말이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 '수박 색출 논란'이 일어나고 이 대표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비명계(비이재명계)를 겉으로는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오히려 총선 공천을 앞두고 비명계 축출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20대 민주당 열성 당원은 "이번 수박 색출 사태는 강경 대응파로 보면 된다"며 "이들은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 민주당이 분열되고 진보 의제의 추진 동력이 상실될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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