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에 QR·100배줌 광고판...귀찮게 할수록 효과 크다는데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4.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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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찍을 테면 찍어봐’
굴러가는 골프공에 QR 도입
아날로그 감성 자극하는 ARS로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 홍보
초소형 옥외광고 ‘갤럭시력표’
‘100배 줌’으로만 볼 수 있어
SK ‘미래에서 온 리퀘스트’ 광고에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을 위한 ARS 번호가 안내되고 있다.
굴러가는 공에 QR코드를 삽입해 이를 스캔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자동응답방식(ARS) 전화를 유도하는 등 소비자를 귀찮게 하는 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참여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점이 오히려 소비자의 흥미를 끌어 광고 효과를 높인다는 분석이다.

14일 SK그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 중인 ‘2030 미래에서 온 리퀘스트’ 광고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지하기 위해 레트로 형식의 ARS 전화를 도입했다. 최근 광고가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QR코드를 탑재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광고는 미래인 2030년에 가수 악동뮤지션 찬혁이 부산엑스포 현장으로 향하다가 뜻밖의 시간여행으로 2023년에 불시착한다는 내용이다. 광고는 찬혁이 미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응원을 모아 부산엑스포를 유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ARS 번호로 전화를 걸면 광고 모델인 찬혁이 도움을 요청하는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또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캠페인 사이트 링크를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참여자에게 발송된다. 현재까지 ARS 등을 통해 캠페인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는 62만 건이 넘는다.

삼성카드 ‘디아이디’(THE iD.) 광고 이미지 속 QR코드가 스캔하기 어렵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카드>
삼성카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디아이디’(THE iD.) 광고에 스캔하기 어려운 QR코드를 등장시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프리미엄 QR 찍을 테면 찍어봐’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미국의 유명 시각 예술가 조슈아 비데스와 협업해 만들었다.

광고에는 제품인 카드 대신 움직이는 QR코드가 삽입됐다. 예를 들어 골프 편에서는 굴러가는 골프공에 QR코드가 붙어있고, 호텔 편에서는 요리사가 접시 위 뚜껑을 열고 닫을 때 음식과 QR코드가 번갈아 등장한다. 이 QR코드를 스캔하려면 적잖은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5만 명이 QR코드 등을 통해 이벤트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광고에 QR코드를 넣는 경우 누구나 쉽게 스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QR코드를 노출하는데, 이번 광고는 프리미엄 카드라는 제품의 특징을 반영해 QR코드 스캔을 다소 어렵게 했다”며 “사람들이 스캔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스토어 일산점에 설치된 초소형 옥외광고 ‘갤럭시력표’의 모습. A4 절반 정도 크기로 갤럭시 S23 울트라 카메라의 100배 줌 기능을 이용해 촬영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갤럭시S23 울트라’의 카메라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초소형 옥외 광고를 설치했다. 이 광고는 ‘갤럭시’와 ‘시력검사표’를 합성해 ‘갤럭시력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삼성스토어 외벽이나 옥상에 붙여진 갤럭시력표의 크기는 A4 용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옥외 광고로는 초소형에 해당한다. 육안으로 광고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오히려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고의 내용을 확인하려면 갤럭시S23·S22·S21 울트라 카메라의 100배 줌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맨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이 광고를 촬영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갤럭시 S23 울트라와 갤럭시 버즈2 프로 등 경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수많은 광고가 범람하고 있는 만큼 광고업계는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다양하고 이색적인 ‘후킹 포인트(눈길을 잡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를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호기심 자극에만 치중할 경우 소위 ‘낚시질’로 낙인찍혀 마케팅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안양우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후킹한 요소를 마케팅에 접목할 경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후 제공하는 콘텐츠의 품질이나 보상 수준이 기대감을 충족해야 한다”며 “이 경우 입소문을 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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