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어머니 백골 사체 방치’ 딸 선처···“생전 보살피다 사망 후 자포자기”
백골 상태의 어머니 시신을 2년 넘게 방치한 40대 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를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8)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
이 판사는 이날 “약 2년5개월의 방치 끝에 발견된 사체는 백골이 된 모습이었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만 “2016년부터 둘이 살던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이가 좋았다”며 “정기적으로 당뇨병을 앓던 피해자를 병원에 모시고 가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 결과는 어떠한지, 피해자가 먹은 음식은 무엇이고 상태가 어떠한지 메모를 하며 보살폈다”고 했다.
이어 “2020년 8월경 피고인이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돈이 없으니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피해자가 고집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친 B씨가 매달 지급 받는 국민·기초연금 약 60만원으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안방에서 함께 TV를 보다가 A씨가 자신의 방으로 이동해 잠든 사이 B씨가 사망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A씨가 모친이 사망한 사실을 발견한 후 이를 다른 가족들에게 알리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봤다. 이 판사는 “사망 발견 당일 피고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첫째딸, 둘째딸, 손녀에게 전화를 했으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음성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두 모녀는 2016년 이후 둘째딸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과 거의 연락하지 않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판사는 “피해자 사망 후 가족들의 연락은 둘째딸이 2020년에 보낸 문자 10통과 2021년 남긴 음성메시지가 전부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후 A씨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장례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봤다. 이 판사는 “전화나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체포됐다.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넷째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집 안에서 모친 B씨(사망 당시 79세)의 백골화된 시신을 발견했다. 2남4녀 중 셋째 딸인 A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집에서는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2020년 8월’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사망 신고가 되지 않아 B씨 사후 A씨는 29개월 간 약 1800만원(월 65만원꼴)의 연금을 부정 수급했다.
A씨는 사체유기, 노인복지법·국민연금법·기초연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의 변호인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이 오랫동안 우울증·무기력 증세가 있었으며 어머니 사후 혼자 사회적으로 고립돼 시간을 잊은 채 살아 왔다”며 선처를 구한 바 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이날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선고 이후 말 없이 재판정을 떠났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12175800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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