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살인' 불러온 '코인 사기'…처벌은 어떻게?
'사기죄' 처벌로는 한계 분명
규제의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가상화폐 범죄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납치·살인'의 배경에도 가상화폐 'P코인'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습니다.
관련 법이 없다면, '코인 사기'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건지 JTBC 취재진이 판례를 분석해봤습니다.
시세조종 인정돼도 죄명은 '사기'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코인을 의도적으로 사고팔며 가격을 띄운 일당에 대해 사기죄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주식과 유사하게 이들은 '리딩방' 형태로 피해자들을 모으고 해당 코인에 대해 "지금 사라" "지금 팔라"며 지시하고 코인의 가격을 띄웠습니다. 이렇게 뛴 가격에서 자신들은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몽땅 팔고 시세차익을 얻은 다음 가격이 폭락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전형적인 '시세조종'의 모양새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거래량이 풍부하고 시세가 올라가는 것처럼 가장했다"며 "채팅방에 포함된 피해자들이 자신의 말을 들으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기망행위를 해 돈을 편취했다"며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다른 판결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9월 내린 '코인 사기' 사건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새로운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면 기망행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기죄' 처벌로는 한계 분명
그러다 보니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형법상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그중엔 '사람을 속인 행위', 즉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피해 금액과 피해자도 특정돼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는 가상화폐 시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때문에 같은 판결에서도 일부 피해자들에 대해선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무죄가 선고된 건데요. 재판부는 이들이 시세조종을 모의한 코인에 대해선 피고인 일당의 속임수로 피해가 발생했다 보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시세조종을 모의하는 사이 코인에 투자했던 한 기업이 "자의적으로, 직접" 대량 매도를 실행했는데, 이때 가격이 폭락해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속임수가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리딩방'을 통해 피고인들이 시켜서 가상화폐를 사고판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자의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투자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사기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기죄를 저지르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만약 경제범죄를 처벌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처벌된다면 기본 징역 5년 이상 9년 이하의 형이 선고되고, 피해액이 300억 원을 넘으면 징역 7년 이상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처음 시장에 등장한 시기를 전문가들은 2008년으로 보지만, 15년이 지날 때까지 관련 규제나 규정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규제의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서둘러 규제책을 만들어야 하지만, 국회에선 관련 논의가 걸음마를 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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