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바일 뱅크런 위험 경고한 한은총재, 금융불안 선제차단 나서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 더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이 총재는 14일 "SVB 사태는 많은 숙제를 줬다"며 "디지털뱅킹이 잘 보급된 만큼, 현 단계에서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말대로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총재는 차액결제 담보비율 확대와 예금보험체계 고도화, 가짜뉴스 모니터링 강화 등을 대책으로 언급했는데, 이를 포함해 디지털 뱅킹 시대에 맞는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의 77.7%가 인터넷뱅킹을 통해 이뤄졌을 정도로 디지털 뱅킹은 일상이 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이나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모바일 뱅크런'으로 은행이 망하는 것도 순식간인 시대인 만큼 전통적 예금 보호 장치에 안주하지 말고 달라진 환경에 맞는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총자산이 276조원인 SVB의 경우 자산매각 손실 발표 후 파산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36시간에 불과했다. 손실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예금자들이 앞다퉈 스마트폰으로 돈을 인출했기 때문이다.
멀쩡한 은행을 망하게 할 수 있는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최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1조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발생해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될 것'이라는 가짜뉴스가 돌았는데, 반드시 유포자를 색출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한국 금융시스템은 SVB 파산에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급증한 부동산 PF와 과도한 가계 부채, 늘어나는 한계기업 등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전염병처럼 언제 어디서 터질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전파 속도도 빠르다. 금융시장 건전성을 강화하고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금융 방역망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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