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첩보 빛과 그늘
기원전 5세기 초나라와 오나라의 옹서전투에서 승패를 가른 요인은 첩보였다. 오나라 대장군 손무는 첩자들이 보낸 최신 정보로 초나라 군대 사정을 손바닥 보듯 파악했다. 초나라 최고사령관은 낭와였지만 휘하 장수인 위파와 심윤술은 독자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낭와가 연전연패하며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다. 손무는 첩보를 통해 이런 사실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대승을 거뒀다.
손무가 쓴 '손자병법' 마지막 편은 '용간(用間)'이다. 첩보전의 중요성을 다뤘다. "10만 군사로 전쟁을 하려면 하루 천금이 든다. 용간은 최소 비용으로 승기를 잡는 수단이다. 용간에 쓰는 돈을 아끼는 장수나 군주는 바보다." 손무는 은나라 창업을 도운 이윤과 주나라 터전을 세운 강태공을 모두 첩보전에 능해 물자를 가장 적게 쓰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로 평가했다.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첩자 유형을 △적군이 주둔한 지역 출신 첩자인 향간 △적의 요직에 있는 사람을 매수해 만든 내간 △적의 간첩을 매수해 아군 첩자로 만든 반간 △적에게 허위 정보를 흘려 혼란스럽게 만들고 죽는 사간 △첩자로 활동하다가 살아 돌아와 세세하게 정보를 보고하는 생간으로 분류했다. 그 당시 도청 기술이 있었다면 또 하나의 유형인 '도간'이 추가됐을 것이다.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국가안보실 회의를 도청한 듯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유출 자체를 시인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청한 사실이 수차례 폭로돼 비난을 받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사한 사태가 또 발생한 것은 첩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당한 입장에서 보면 께름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고 싶겠지만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만약 우리 국가정보원이 미국 백악관을 도청했고, 그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어떤 난리가 날지 상상해 보라.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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