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템플스테이, 왜 필요한가
종교책 한권 읽는것만큼 유익
일상 스트레스를 벗어날 기회
인도의 힌두 사원에서는 새벽이면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사제들이 기도하는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면서 세상의 정적을 깬다.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우다이푸르의 스리 자그디시 만디르(사원)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나는 새벽 기도가 궁금하여 기도 소리가 울려퍼질 때 사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사원에 들어가 신에게 공양물을 바치고 있었고, 절을 하는 사람과 명상에 잠겨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원에서 며칠 묵어가면서 문화체험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그때는 우리나라에도 템플스테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라 템플스테이를 문의할 생각까지 하지는 못했다.
템플스테이는 글자 그대로 사원에 머문다는 뜻이다. 사원에 머무는 것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템플스테이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옛날에는 사찰에 기도하러 가서 하루이틀 묵는 것은 다반사였다. 설잠 김시습도 북한산 중흥사에서 과거를 공부하다가 출가를 단행했고, 서산대사도 출가 전 지리산의 여러 사찰을 순례하면서 머물렀다.
우리나라에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부터이다. 당시 월드컵 때 찾아올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 숙소가 턱없이 부족했는데, 그렇다고 일시적으로 쓰일 숙소를 대규모로 짓는 것도 효율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에 정부에서 짜낸 묘안이 유수의 사찰에 있는 숙소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한국의 전통종교문화가 궁금한 외국인 관광객들로서는 더없이 좋은 문화상품이다.
지난해 늦가을, 사찰의 기본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인솔하여 해인사 새벽기도에 동참한 적이 있다. 이른 시각인 데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인들이 범종각 앞에 모여 있었다. 이윽고 학인스님들이 나와서 법고를 두들기자 외국인들은 경건하게 합장한 채로 그 모습을 환희롭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들은 해인사 템플스테이에 동참한 외국인들이었고, 법고와 범종을 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합장하는 것을 보니 불자 같던데, 종교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기독교인이지만 법고와 범종을 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가이드가 알려준 대로 자연스럽게 합장하게 되었노라고 말한다.
남의 종교문화를 체험하는 데 템플스테이만큼 유용한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싶다. 사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면, 사원의 새벽풍경을 보게 된다. 어느 종교이고 사원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경건한 의식을 진행한다. 그 의식에 참여하는 것은 그 종교에 관한 책을 한 권 읽는 것만큼 유용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템플스테이는 종교문화체험은 물론이고 바쁜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사찰에서도 템플스테이와 관련한 미담이 심심찮게 이어진다. 20대 후반의 딸이 혼자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후 참 좋아서 부모님을 위해 신청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따로 참가하도록 했다. 이유는, 부모님은 집에서도 늘 같이 계시는데, 템플스테이를 통해서나마 잠시 떨어져 계실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만 셋을 둔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했다. 단 하루라도 엄마를 아이들 양육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 위해 아빠가 템플스테이 체험도 할 겸 아이들을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어느 종교건 세상 사람의 삶에 유익해야 한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도 사원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종교가 세상의 풍요와 안락을 위해 한층 공헌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동명 스님 광명 금강정사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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