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래의 시사해시태그] '퓨리에버'는 도화선이 될까
이달 초 서울,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이 컸다.
범인 중 한 명인 이경우는 피해자 A씨로 인해 가상화폐 '퓨리에버'에 투자하게 됐는데, 퓨리에버 가치가 폭락해 8000만원을 손해 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금전 문제 때문에 벌어진 단순 납치·살인이 이 사건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점차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생각도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에 따르면 퓨리에버는 상장 브로커들이 가상화폐거래소 전직 임원들에게 뒷돈 약 30억원을 건네고 상장시킨 29개 가상화폐에 포함돼 있다.
또 퓨리에버는 2020년 11월 13일 국내 한 거래소에 상장됐는데, 이후 시세 흐름에서 두 차례 조작 정황이 나타난다는 것이 수사팀의 견해다. 상장 후 약 한 달이 지난 2020년 12월 21일, 퓨리에버 1코인은 1만354원까지 치솟았다. 상장 때는 약 2000원에서 시작했는데 한 달 사이 5배가량 오른 것이다. 이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퓨리에버는 여섯 달 후 1코인당 20~50원대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이번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A씨도 퓨리에버에 투자했다가 수십억 원대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특히 그는 2021년 9월께 퓨리에버 발행 업체 대표인 이 모씨에 대해 '코인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능력 없이 시세조종을 통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거래소 상장 등을 골자로 거짓말을 해 3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에서는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A씨는 변을 당하기 전까지 퓨리에버 시세조종의 다른 피해자들을 모아 2차 고소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준비한 고소 관련 문건에는 발행 업체 대표 이씨가 퓨리에버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전·현직 공무원 등 28명에게 코인을 지급한 리스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많게는 한 사람에게 80만코인까지 지급됐다는데 퓨리에버 시세가 고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약 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퓨리에버 상장 6일 뒤엔 국회 인근 호텔에서 여야 정치인이 다수 참석한 환경 관련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이 행사는 이씨의 회사가 주관했고, 이씨도 패널로 참석했다. 당시 각종 가상화폐 전문매체가 이 행사를 보도했다. 퓨리에버 상장 초기 시세 급등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납치·살인 사건이 정치권과 공무원이 개입된 로비 사건으로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참고로 이씨는 최근 출국해 해외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퓨리에버 사건'은 단지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름 모를 수많은 '잡코인'들이 브로커를 통해 상장되고 급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불쌍한 개미들을 양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법에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진입 규제나 가상화폐 발행·상장 규제에 대한 부분이 빠졌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는 포함돼 있지만 금융당국의 조사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효성은 의문이다.
부디 퓨리에버 사건이 도화선이 되길 기대한다.
[김희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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