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청문회' 보이콧한 與 "교육현장 목소리 듣고 학폭정책 보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건과 관련,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청문회를 강행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보이콧하고 자체적인 정책간담회를 열어 학폭 현안을 논의했다.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선 교육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당정협의를 통해 학폭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위 소속 권은희·김병욱·서병수·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부터 교육위가 진행하고 있는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학폭)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 대한 맞불 성격의 자리다.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 불참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정순신 청문회'가 열린다. 민주당 목적은 학폭 근절과 대책 수립보단 정순신씨와 그 일가족을 불러 망신 주려는데 있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답정너 청문회"라며 "어떤 교육적 책임감이나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민주당의 태도는 교육의 정치화, 교육의 정략화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권에 주어진 과제는 학교폭력 증가 원인을 찾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교육위원은 오늘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과 일선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해 피해자 가족과 교육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청취하겠다"며 청문회 대신 정책간담회에 집중하겠단 뜻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과 이동원 해맑음센터 상담지원부장,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등 학폭 피해학생의 회복을 돕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여난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김현아 교육부 연구관, 강문환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등 학폭과 관련한 일선 교육현장 관계자들이 참석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평가와 보완사항 등을 토론했다.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2시간 가량 전체공개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현장 전문가들과 근본적인 학폭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년 간 학폭이 근절되지 못하고 증가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 관심과 대응이 미흡했다 생각한다"며 "현장에 계신 분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 정부정책에서 보완하고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교육부의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육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학폭 예방을 위해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에 방점을 둔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원 해맑음센터 상담지원부장은 "(학폭 가해자의) 기록삭제심의를 할 때 이번 (교육부) 근절대책에서 피해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부분이 드디어 통과됐는데 그냥 (동의) 사인만 하게 하면 안 된다"며 "피해학생의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돼야 가해학생 반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조정실 학폭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가해자 처벌이 끝이 아니다. 피해학생 치유의 몫이 남아 있다"라며 "그런데 보면 가해학생 선도에 기울어져 있고 피해학생 치유에 소홀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원단체에선 학폭 사안을 담당하는 일선 교사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난실 부회장은 "학폭 담당 교사에 대한 수업경감이 이뤄지지만 원활하지 않다"며 "수업을 하면서 업무에 치이고 각종 민원 시달리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영춘 한국교총 국장은 학교 부담을 덜 수 있는 인력증원 방안을 묻는 김병욱 의원의 질문에 "모든 학교에 학교경찰관을 배치하면 학폭 발생했을 때 초동조사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은희 의원은 "학폭에 대한 주체는 학교가 되는 게 타당하다"며 "학교에서 (학폭사안을) 심의하고 판단하는 과정에 재량을 줘야하고 우리 사회가 신뢰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가해자 측으로부터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부작용을 떠안게 될 수 있어 단호하게 조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징계) 결정 등을 집행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학교에 대한 면책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학폭 대책 관련 현장의견을 들은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교육부에 피해자보고기관 실태가 어떤지 당정 차원에서 현장조사를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이날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오는 17일 학폭 등 교육현안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갖기로 했다. 이태규 의원은 "(다음주) 월요일에 교육현안 당정협의에서 오늘 (토론)한 것을 갖고 얘기 하겠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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