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줄게, 도망쳐” 화마속 묶인 ‘반려견 목줄’ 끊어준 소방대원

[동물자유연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강릉 산불은 동물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겼다.

그럼에도 소방대원들은 진화 상황 중 반려동물의 목줄을 풀어 도망치게 해주는 등 다른 대형 산불의 사례와 견줘보면 동물 피해는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지난 12일 강릉 산불 피해 현장에서 동물 피해 현황을 살펴봤다.

애초 대형 산불이 나면 미처 목줄을 풀어주지 못해 반려견이 죽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화상을 입은 채 신음하고 있는 유실 동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형산불이지만 피해 면적이 이전보다 작은 점, 피해 지역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비교적 적었던 점 등을 감안해도 동물 피해는 크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이 목줄이 풀리지 않은 반려견의 목줄을 다 제거하는 등 이 덕분에 동물 피해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13일 기준 확인된 반려동물 피해는 탈출하다가 차에 치여 죽은 반려견 1마리, 줄에 묶인 채 숨진 반려견 2마리 등이다.

다만 산불 당일 '목줄에 묶인 채 꼬리를 다리 사이로 숨기며 덜덜 떠는 개들', '가까스로 불은 피했으나 목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우왕좌왕하는 개'를 봤다는 주민 목격담이 있어 마을을 살피는 중이다.

사육장에 갇혀 지내던 닭, 오골계, 염소 등 축산동물 170여마리도 불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 현장에서 숨진 80대 주민이 기르던 진돗개는 다리를 절뚝일 만큼 부상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자유연대]

주인 잃은 반려동물은 강릉시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보살핌을 받았다.

보호소는 반려견 9마리 반료묘 1마리 등 10마리를 보호했다.

이들 중 반 이상은 주인을 찾았다. 나머지 반려동물도 "찾으러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주인들이 있어 곧 옛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소 내 동물들은 약간의 상처 내지 그을음이 있을 뿐 보통은 건강한 상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