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마주한 그날…"나였을 수도"
"잊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저 하나라도 기억해야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책상을 한참 들여다보던 한상국(49) 씨는 울음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종종 이곳을 찾는 한 씨는 "몇 번을 와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1~10반)과 교무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용했던 책상, 의자, 칠판, 문, 창문틀은 물론 천장 선풍기까지 그대로 가져다 놨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게시판에 붙어있던 2014년 달력도 그대로였습니다.
교무실 칠판에는 '수학여행' 일정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9주기 앞두고 추모 발길…"나였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날 학생들과 함께 기억교실을 찾은 용인 신촌중학교 최마리 교사는 "9년이 지난 아직도 너무 많이 힘들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다 뉴스에서 소식을 접하던 그 날이 바로 떠오른다"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는 "교실을 둘러보니 '나였을 수도 있겠구나, 나였어도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조은경(43) 씨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 그런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직접 아이들 얼굴을 보니 울컥하는 마음이 더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교실. 책상 위엔 아이들 사진과 함께 각자의 꿈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방문객들은 책상 하나하나를 쉽게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인천에서 기억교실을 찾아온 김현진(37) 씨는 "세월호 9주기를 앞두고 찾아왔다"며 "아이들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렇게 평범하고 착한 아이들이 왜 그런 일을 당했어야 했는지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습니다.
■ 기억교실 해설사로 나선 엄마들
"내일(4월 15일)이 6반 전현탁 학생 생일이에요. 현탁이는 아나운서가 꿈이었어요." (고 임경빈 군 어머니 전인숙 씨)
2학년 4반 경빈 군의 엄마 전인숙(51) 씨는 기억교실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에게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아이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 씨를 포함해 세 명의 엄마들이 매일같이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주말도 없이 활동하느라 건강도 많이 나빠졌지만 쉴 수는 없습니다.
전 씨는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하다 몸이 많이 안 좋아져 허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수술을 받으면 활동을 못 하니까 최대한 조심해서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경빈이를 만났을 때 '엄마 열심히 하고 왔는데 잘했지?'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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