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학교 문 닫자, 아이들은 잠시 행복해졌다
일상회복 후 다시 늘어 지난해 9년만 최고치
“학교 폐쇄로 학업·교우관계 스트레스 일시 해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던 2020년 한국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회복이 시작되자 우울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청소년은 다시 늘었고, 지난해에는 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소년들이 잠시 학업 부담과 교우관계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며 반짝 개선됐던 정신건강 지표가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14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교 학생 5만1984명의 건강 상태 등을 조사해 공개한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감 등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공통으로 2020년 크게 감소했다가 2021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1년 사이 일상생활을 2주 내내 중단할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은 2019년 28.2%에서 2020년 25.2%로 3%포인트 줄었다가 2021년 26.8%, 지난해 28.7%로 다시 늘었다.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스트레스 인지율’도 2019년 39.9%에서 2020년 34.2%를 거쳐 2021년 28.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1.3%으로 대폭 반등했다. 지난해 우울감 경험률과 스트레스 인지율은 모두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지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이례적으로 개선됐다가 다시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했다는 국내외의 다른 연구와는 반대되는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성인을 대상으로 벌인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우울위험군이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2021년 3월에 최대치를 찍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감소했다. 청소년들만 유독 코로나19 시기에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줄어든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질병청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발표회에서 박보미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정신건강 지표가 개선된 이유에 대해 “학업과 교우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다가 학교 폐쇄로 일시적으로 해소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가장 큰 우울·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인 셈이다.
충분히 잠을 자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도 우울감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주일간 피로가 회복될 정도로 충분히 잠을 잤다고 느끼는 ‘주관적 수면충족률’은 2020년 30.3%로 전년보다 8.9%나 증가했다가 2021년 다시 이전 수준으로 급감했다. 주관적 수면충족률이 30%를 넘었던 것은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박 교수는 “2021년 이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스트레스가 커지고, 일상복귀로 학업과 교우관계 스트레스도 다시 경험하게 되면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다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기간 동안 청소년들의 우울과 스트레스가 줄었고, 학교에 다시 가게 되자 늘어났다는 것은 교육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이미 학교가 청소년들을 과도한 경쟁교육에만 노출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뜻이고,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부하를 주는 입시경쟁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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