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해철 측 변호사 "의사 면허 취소법 반대? 부끄럽다" 격분한 이유

정심교 기자 2023. 4. 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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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가수 고(故) 신해철 씨를 의료 과실로 사망하게 한 전 스카이병원장 강 모(52) 씨는 올해 1월, 또 다른 의료사고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 1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강 씨는 2014년 10월 신해철 씨에게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 유착박리술과 위 축소 수술을 집도했다가 심낭 천공(구멍)을 일으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2013년 환자에게 복부성형술과 지방흡입술을 하던 중 업무상 과실로 흉터를 남긴 혐의, 2015년 한 외국인을 상대로 위절제술을 시행하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금고 1년 2개월을 확정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강 원장의 의사 면허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상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죄를 지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이른바 '의사 면허 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13일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다음 본회의(27일)로 연기됐다. 두 법안 가운데 14개 보건의료 직역이 얽히고설킨 간호법 제정안에 가려 범죄 의사 면허 취소법에 대한 여론은 비교적 덜 형성됐다. 과연 의사 면허 취소법은 무엇이고 어떤 게 쟁점일까.
중재안 "금고 이상 형 중에서 약한 범죄는 걸러내자"
의사 면허 취소법은 2021년 2월 2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등 10명이 대리 수술 논란으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금고형'은 유죄 판결받은 범죄자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으로, 형사 처벌 가운데 비교적 약한 '벌금형'보다 강도가 높은 범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예컨대 살인·강도·강간은 물론이거니와 음주운전 후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거나, 뺑소니 운전 시에도 일반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는 건 '가볍지 않은 범죄'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의사 면허 취소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2021년 2월 20일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의료인이 운전 중 과실로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과잉 처벌"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개최한 총궐기대회에서도 의사 면허 취소법에 대한 의사단체의 반발이 빗발쳤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은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5년 이상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나치고 부당하다"며 "의료인도 평범한 인간이고, 실수도 할 수 있는데 교통사고를 냈다고 의료인이 환자의 곁은 떠나야 한다는 게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도 "우리 협회도 살인, 강도, 성폭력 범죄 등 중범죄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강력한 처벌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은 모든 범죄가 기본적으로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가 되는 것으로 규정하기에, 헌법상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개정안을 반대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면허 취소법의 문제점'이라고 적시한 공식 문건에서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 선고(집행유예·선고유예 포함)를 이유로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건 의료인의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한다"며 "단적으로 의료 업무와 관계없는 교통사고,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중재안에 따르면 의사 면허 박탈 대상은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선고받은 '모든 범죄'에서 '의료 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 범죄'로 한정하자고 제시했다. 또 의사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까지의 기간을 10년(원안)에서 5년(중재안)으로 절반을 깎자는 내용도 들었다. 이는 의료법 개정안에서 명시한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완화'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이필수 의협회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개최한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가 의사면허 취소법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중재안에 대해 변호사들 반응은 '싸늘'
이 중재안은 13일 두 법안이 상정돼 통과된 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될 뻔했다. 12일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여당이 중재안을 내밀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두 법안 상정이 27일로 미뤄지고 여야와 직역들이 숨 고르기 단계에 돌입하면서 중재안을 마냥 접어둘 수만은 없게 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의사 A씨는 "만약 의사 면허 취소법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야 간, 직역 간 협상을 할 때 11일에 만든 중재안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재안에 대해 변호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김민호(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변호사는 "변호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며 "금고 이상의 형 가운데 쉽게 말해 중범죄나 강력범죄에 한해 의사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건데, 어떤 게 중범죄인지 가려내는 기준이 모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범죄나 강력범죄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법적인 기준은 아니다.

면허 취소법은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직 대다수가 갖고 있다. 그중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변호사는 면허가 취소될 뿐 아니라, 금고 미만의 형(벌금형, 과태료, 견책, 정직 처분 등) 죄가 경미한 수준이어도 대한변호사협회 사이트에 실명이 공개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를 성추행했다면 성범죄이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금고형 미만의 판단을 받았다면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김민호 변호사는 "그간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고, 의협의 자정 능력도 부족해 입법 단계까지 온 것 같다"며 "국민이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원안대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의료법 개정안의 원안대로라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의료인이 면허 취소 대상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또 "법조인·의료인에 대한 테러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 법안이 계류 중이고, 법조인과 의료인의 기준 모두 동일하게 설정했다"며 "그런데 정작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대해선 (중재안처럼) 의사 단체가 이익단체로서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故) 신해철 씨 유족을 변호한 박호균 변호사는 의사 면허 취소법을 반대하는 의사 단체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 박호균(법학박사,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변호사는 의사 출신으로, 현재도 대한의사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윤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 원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아니하도록 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신해철 집도의처럼 사람을 반복적으로 죽인 의사도 의사 면허를 규제해야 마땅한데 원안에선 이를 비껴갔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원안은 굉장히 비겁하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의사 면허 취소법을 줄곧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는 그 대안으로 협회의 '자정 시스템'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면허 관리에 대한 의료인 단체의 자율정화 기회를 부여하고, 충분한 계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강경 연대해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의사 면허 취소법을 절대 저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경태 부대변인은 "협회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를 갖춰 죄를 지은 의사에게 자율정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의료법에 의료인의 결격사유부터 먼저 만들어놓은 다음, 변호사협회처럼 의협에 징계위원회를 차리고, 복지부가 그걸 위임하면 되는 것"이라며 "의협에선 결격사유 자체를 법안에 만들지 말자면서 어떤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사 면허 취소법은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27일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대망의 운명이 결정된다. 과연 국회를 무난하게 통과해 입법화할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중재안이 활용될지, 국회를 통과하지도 못할지 여러 변수에 따른 귀추가 주목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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