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방과후 전쟁활동'으로 맞이한 터닝포인트 [인터뷰]
고3 학생들 이끄는 2소대 소대장 역 소화
'청춘시대' 등 밝은 이미지 뒤바꾼 신작
배우 신현수가 '방과후 전쟁활동'으로 연기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간 청춘, 멜로 장르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이번 작품에서 신현수는 죽음을 불사하는 소대장 역을 소화하면서 기존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았다.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신현수는 본지와 만나 티빙 '방과후 전쟁활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다.
극중 신현수가 맡은 이춘호는 사상 초유의 국방 위기 상태에 펜 대신 총을 들게 된 성진고 학생들의 2소대 소대장이다. 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 모습으로 생존 서바이벌장으로 내몰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은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한 세계관의 확장, 한층 탄탄하고 다채로워진 캐릭터 플레이, 리얼하고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날 신현수는 "파트1에서 춘호의 희생으로 결말이 난다. 아쉽진 않다. 이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좋았던 지점이 파트1과 2가 서로 다른 결의 이야기다. 파트1이 아이들이 하나가 되면서 성숙해진다면 파트2는 각성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다룬다. 제 캐릭터의 마지막은 전혀 아쉽지 않다. 3학년 2반 아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신현수는 파트2 속 '선물' 같은 자신의 등장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호평은 신현수에게 좋은 에너지로 남았다. 성용일 감독이 신현수에게 "인기 독차지하니까 기분 좋냐"고 너스레를 떨었을 정도로 '춘호 앓이'가 이어지는 중이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 속, 배우의 만족감도 컸다. 그는 "신현수가 이렇게까지 잘생겼냐는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 사실 제가 아닌 춘호가 멋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현수가 춘호를 선택한 기준은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간 청춘물과 로맨스물에서 주로 활약했던 신현수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장르물에 도전하게 됐다. "청춘물이 제 필모그래피의 전체적인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크리처 SF장르물이 궁금했습니다. 혹여나 내 이전의 작품들의 모습 때문에 시청자들이 춘호에 더욱 몰입하기 어렵지 않을까 고민이 있었지만 온전히 춘호에 집중해서 봐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이번 작품을 통해 장르적 특성의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제게 새로운 파이를 열어주게 된 거죠."
그의 말대로 '청춘시대' '으라차차 와이키키2' 등 주로 유쾌한 이미지를 소화했던 신현수에게 춘호는 다양한 연기의 폭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가 됐다. '방과후 전쟁활동'의 성용일 감독은 춘호에 대해 '극중 유일한 좋은 어른'이라는 설정을 배치했다. 신현수는 키워드를 잘 해석해야 한다는 고민과 함께 '좋은 어른은 무엇일까'라는 물음표를 갖게 됐다. 신현수는 춘호가 완성된 '좋은 어른'이라기보단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과 캐릭터에 접근했다.
그렇다면 신현수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무엇일까. 이에 신현수는 "어른이라는 단어가 제 인생에서는 어렵다. 당장 오늘 마주하는 것들이 처음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전작인 '보쌈'에서 현장 막내였던 신현수는 선배 연기자들에게 현장을 이끄는 자세를 공부했고 '방과후 전쟁활동'을 통해 이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는 "운명적이었다. 너무나 귀했다.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주면서 저 역시 성장할 수 있었다.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아이들의 바스트 샷에서 대사를 같이 쳐주면서 항상 제가 마지막에 촬영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춘호 연기에 더욱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신현수가 느낀 좋은 선배는 좋은 인간이란다. '보쌈'에서 만난 선배들을 보면서 좋은 연기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확립했고 연기에 대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그에겐 모든 '좋은 선배'란다. 그는 "'보쌈' 때 선배님들이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망과 신에 대한 열정을 계속해서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제게 좋은 선배라고 느꼈다. 제게 좋은 선배는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춘호는 원작과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이를 두고 신현수는 성용일 감독이 자신에게 마지막을 멋있게 그려주신다고 약속했다는 비하인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현수는 "성용일 감독님이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죽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보통 작품을 보다 보면 주인공은 안 죽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작품은 희생으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마무리다. 저 또한 너무 맘에 들었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방과후 전쟁활동' 4부 에필로그에서 어린 학생인 장수는 "지휘관은 위험상황이 있을 때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사를 뱉는다. 이는 춘호의 캐릭터성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신현수 역시 춘호가 불완전한 어른이기에 짊어지고 있는 부담감 등을 고뇌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이 캐릭터를 대표하는 특성이다.
이번 작품에서 신현수는 수십 명의 어린 배우들 사이에서 캐릭터로서, 또 배우로서 어른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후배 연기자들과 그를 가깝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젤리다. 세대 차이를 많이 느꼈다고 밝힌 신현수는 "후배들을 동료라고 생각하고 현장에서 임했다. 띠동갑인 친구도 있다. 그러다 보니까 춘호처럼 아이들을 더욱 생각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자신의 신인 시절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역시 학생들의 이야기를 찍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어울려 연기하는 이들을 보면서 신현수는 자신의 데뷔작 '두근두근 스파이크'를 회상했다. "저의 과거가 떠올랐어요. 아이들이 촬영장에서 점점 친해지는 것을 보면서 참 귀한 시간,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 부러웠죠. 이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시작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크게 쌓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올해로 신현수는 데뷔 10년차다. 이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신현수의 10년이라고 하면 물음표를 띄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저 스스로 지난 시간들을 정의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표현을 할 것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며 깊게 생각할 것이다. 제가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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