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만드는 과정 살피며…더 폭넓은 감상 ‘만끽’
“연습실에만 있다가 공연장에 올라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 하하하.”
2012년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한 지휘자 지중배는 지난 13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오픈리허설에서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4월 정기공연으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I –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13일 저녁 수원 경기아트센터,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이기 전 리허설 무대에 관객을 초대해 연습장면을 공개한 자리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공연 전 또는 당일에 관객들에게 연습 장면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는 경기필이 창단 이후 최초로 마련된 정기공연 오픈리허설이다. 관객에게 클래식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마련돼 더욱 뜻 깊었다.
오픈리허설에선 지휘자로 나선 지중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자로 나서는 에스메 콰르텟 그리고 관객이 함께 공연을 만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공연장엔 사전신청을 통해 모집된 관객 50명이 마치 본 공연을 감상하듯 진지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지휘자가 손을 올렸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선율이 울려 퍼지며 연습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죽인 채 연주에 집중했다. 무대 위의 지중배 지휘자는 곡이 끝나고 난 뒤 악장별로 완성도를 점검하면서 현악과 금관 등 각 파트에 지시사항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이어 지중배 지휘자는 객석으로 내려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관객들은 프로그램 구성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각 파트의 운용법,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협업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사항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지 지휘자 역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소탈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이날 연습을 마친 지중배 지휘자는 “매 공연 때마다 저만의 스토리라인을 구현한 뒤 그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무대 전반을 이끌어가면서 한 편의 영화를 연출하듯 연주자들, 또 관객들 사이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케스트라마다 지닌 강점과 색채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경기필과는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인데, 한번 경험해본 단원들이라 이번엔 손발이 맞아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오픈리허설에 참여한 김주향씨(47)는 “예전에 공연을 볼 땐 사전 지식 없이 그냥 갔다 오니까 공연장을 벗어나는 순간 감정과 생각들이 쉽게 잊혀졌다”며 “하지만 이번엔 연주곡을 미리 찾아서 들어보고, 베를리오즈에 대해 검색도 하고, 오픈리허설도 신청해서 듣고 나니까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휘자가 설명해준 것처럼, 나만의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 공연이 될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공연 출연진과 관객들이 소통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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