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문서 유포’ 용의자 체포···가능성 희박해진 ‘문서 조작설’
공군 정보부서 소속으로 기밀 접근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서 기밀 유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 국방부 기밀 유출 용의자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서 체포됐다. 검거된 용의자는 미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로, 그는 방위군 내 정보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1급 기밀(TOP SECRET) 뿐만 아니라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광범위한 도청 정황을 담은 기밀문서를 두고 한국 정부는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군 내부에서 유출된 문건임이 이번 체포로 명확해진 것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오늘 법무부는 국방 기밀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 소지, 전파한 혐의로 테세이라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은 장갑차와 정찰헬기까지 동원해 테세이라의 자택을 급습, 체포했다. 체포 과정은 CNN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그가 기밀문서의 첫 유출지로 지목된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채팅방 운영자 ‘OG’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정확한 동기는 향후 수사 과정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위키리크스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등 이전의 대규모 정보 유출과 달리, 미국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채팅방 회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자신의 정보력과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장교 신분도 아닌 하위 계급 병사가 미 정부의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을 두고 미 정부의 허술한 기밀 취급 시스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테세이라의 체포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미 사법 당국은 용의자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기밀문서의 정확한 유출 규모와 유출 목적, 단독 범행 여부, 문서의 조작 여부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밀 유출은 중범죄로 스파이방지법에 따라 반출 문건 1개당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WP 보도에 따르면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은 최소 300건을 넘어선다.
유출 파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부 부처인 미 국방부의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문서 유출은) 고의적인 범죄 행위”라면서 “우리는 이런 무단 유출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출된 기밀의 진위 등 “문서 자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라며 “국가안보는 물론 우리 직원과 동맹 및 파트너들의 안전과 안보에 대한 잠재적인 영향으로 인해 기밀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유출된 기밀문건들이 미 국방부의 내부 자료라는 점은 명확해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방을 도청했다는 정보를 흘려 자유 진영을 이간질하려는 러시아 측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현재까지 외신 보도 등을 통해 위조가 명확히 확인된 문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양측의 사상자 숫자 등 피해 집계치 정도다. 그나마도 디스코드 채팅방에 최초 업로드된 ‘원본’과 SNS를 통해 유포되며 수정된 ‘위조본’을 비교해 보면 숫자 몇개를 빼고 위치를 바꾸는 등 조악한 수준이다.
유출된 문서에 언급된 상당수 국가들은 자국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 이들 국가가 부인한 내용은 대체로 외교관계에 있어 자국에 불리한 내용들이다. 이집트가 러시아를 위해 무기 생산에 나섰다거나, 프랑스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을 파견했다는 내용 등이다. 다만 이들 국가도 문서의 내용이 ‘허위’라고 밝혔을 뿐 한국처럼 문건의 위조 여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이에 대해 NYT는 “(스노든의 폭로가 있었던) 2013년과 달리 미국 동맹국들이 명백한 스파이 활동을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출 문건을 가짜이거나 조작됐다고 평가하지만, 감시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또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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