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정황에 전전긍긍···부패 프레임 우려 확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검찰 수사에서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배포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다양한 관계자들의 녹취가 있고, 향후 추가 증거가 계속 나올 수 있어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사건 공개 시점 등에 의혹을 제기할 뿐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육성으로 된 녹취, 녹음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연루된 송영길 전 대표까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송 전 대표가 제 발로 들어오시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면서 “그게 좀 더 당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의원은 윤관석 의원이 자신이 돈 봉투를 전달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공개되자 ‘짜깁기’라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연이어 이런 대화가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객관적으로 볼 때 짜깁기했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일 언론을 통해 생생한 육성이 나오고 있다”며 “‘짜깁기한 것, 조작한 것’이라는 식으로 하면 더더욱 코너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의원들에게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총장과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이 금품을 주고받는 듯한 녹취 파일 및 압수수색 영장 내용 등이 언론 보도로 공개됐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며 “쉬운 상황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과 처지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된 송영길 전 대표가 연루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송 대표가 정치적으로 애매모호한 입장과 스탠스를 취하는 분은 아니다”라며 “검찰이 송 대표 소환을 하면 당연히 (응)하겠죠”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와도 다르다는 게 당내 평가다. 이 대표가 대장동·성남FC 사건으로 기소되긴 했지만,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 및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윤·이 의원에게 금품을 주는 정황이 담긴 녹취가 공개됐고, 수사의 발단이 된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 파일이 3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현역 의원 10여명에게 금푼이 전달됐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언제든 추가 증거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금품을 주고 받았다는 현역 의원 및 인사들의 면면과 관련 증거가 더 드러난다면 민주당은 부패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당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만드려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공개되는 증거의 사실 여부를 우리가 당장 따질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수사가 시작된 시점과 녹취 등 증거가 공개된 경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상의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 녹취 파일이 ‘짜깁기’라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찬대 최고위원이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갑자기 2년 전 일을 빌미로 압수수색한 점도 그렇고, 검찰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녹취 파일이 당일 방송을 통해 보도된 점도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