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찰로 공청기·무드업 냉장고 개발”…Z세대 불러모은 LG전자
이철배 CX센터장이 강연나서
“고객 관찰이 1등 제품 시작”
Z세대 마음 잡고 싶은 LG전자
LG크루 통해 맞춤형 제품 개발
이날은 LG크루의 첫 세미나였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이철배 LG전자 CX센터장(부사장)이다. CX센터는 고객 경험을 연구하고자 올 1월 본사 직속으로 생긴 조직이다.
이 부사장은 이날 LG크루에게 고객이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불편한 점을 알아내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는 LG전자의 성공 방정식을 들려줬다. 그 해답은 ‘고객 관찰’이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LG전자 냉장고가 대박을 터트린 비결이 고객 관찰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잘 팔리던 매직스페이스 냉장고(기존 냉장고 문에 별도 수납공간을 갖춘 문을 추가한 모델)를 그대로 미국에 팔려고 했다. 그런데 예비 시장조사에서 ‘이건 미국에서 절대 안 팔린다’는 의견이 나왔다.
느닷없는 지적에 당황한 LG전자는 곧바로 미국 소비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을 넣는지, 언제 냉장고 문을 여는지, 냉장고 문을 열어서 주로 어떤 음식을 꺼내는지 등이 모두 관찰 대상이었다. 그 결과 미국 사람들의 음식 크기가 한국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자주 먹는 우유부터 피자, 음식 재료까지 모든 게 한국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이 부사장은 “고객 관찰 끝에 미국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 모두 들어가게 냉장고 내부 구조를 바꿨다”며 “(고객 관찰이) 세계 1등 가전 회사의 토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무드업 냉장고도 고객 관찰에서 시작됐다. 무드업 냉장고는 발광다이오드(LED) 광원과 이 광원에서 유입된 빛을 고르게 확산하는 도광판을 적용한 제품이다. 17만개의 색상 조합이 가능해 ‘카멜레온 냉장고’로 불리기도 한다.
이 부사장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사람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용하는 걸 좋아하고, 돈을 주고 냉장고 문 색상을 바꾸고 싶지 않아 했다”며 “TV에 쓰인 도광판 기술을 넣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무드업 냉장고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기순환기(서큘레이터) 기능을 더한 공기청정기 탄생에도 많은 고객 연구가 있었다. 이 부사장은 “한국은 ‘환기’, 중국은 ‘통풍’이라고 하는 이유 등을 연구해서 소비자들의 공기청정에 대한 생각과 걱정을 제품에 담았다”고 했다.
강연을 들은 LG크루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대전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 부사장의 독특한 이력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좋은 디자인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이 부사장은 “예술은 내가 만족하면 되지만 디자인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요즘 LG전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Z세대의 마음을 얻을까’에 있다. 주요 고객층인 5060세대만 해도 LG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살아있지만, Z세대는 LG전자 제품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가전은 휴대전화와 노트북이다. 휴대전화 사업은 LG전자가 이미 중단했고, 노트북의 경우 Z세대가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른바 Z세대를 관통하는 단어인 ‘힙함’에서 LG전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CX센터가 내놓은 묘안이 바로 LG크루다. Z세대를 모아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한 방법이다. 이 부사장은 “Z세대의 눈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이들이 나이 들면 LG전자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전자가 가전 1등을 선도하려면 고객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야 한다”며 “물건을 판매하는 걸 넘어서 소비자들이 LG전자를 옹호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게 CX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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