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덜덜 떨려"…강제북송 첫 재판서 열람등사 공방
"검찰, 서약서 제출해야 열람등사 허용"
"법률가 양심 침해하는 직권남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 인사들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허경무 김정곤 김미경 부장판사)는 14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이날 재판에는 변호인만 출석했다.
변호인들은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대부분의 자료가 군사기밀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됨에 따라 열람·등사가 제한돼 있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사기록 분량은 1만 5000페이지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열람·등사를 못해주겠다고 한다. 정보를 유출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서약서에는 납득할 수 없는 조항들이 있어 보는 순간 손이 다 덜덜 떨리더라"며 "서약서 제출로 열람등사를 제한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고 그 자체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법률가의 양심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서약서 제출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제24조에 따른 것으로 공무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서약서에 적혀 있는 문구도 검찰에서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며 "특히 등사의 경우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등사를 신청하는 사람에 한해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업무규정 24조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지 않은 사람이 비밀을 열람하거나 취급할 때는 국가정보원장이 정한 바에 따라 소속기관의 장이 미리 열람자의 인적사항과 열람하려는 비밀의 내용 등을 확인하고 열람 시 비밀 보호에 필요한 자체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탈북어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것인지도 쟁점이었다. 검찰은 "대법원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결했다"며 "강제 퇴거 대상인 난민에게도 보장되는 이의 신청 등도 박탈한 채 강제 송환한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해당 대법원 판례는 일제강점기 이전에 출생한 사람에 해당되는 판례"라며 "일제강점기 이후 출생한 해당 탈북어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열람등사 공방에 대해 변호인에게 '검찰 측에 재차 열람등사를 신청해 보고 또 거부하면 법원에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명령을 신청하라'고 지휘했다. 또 5월 26일로 준비기일을 한 차례 속행하기로 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어민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서 전 원장은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 중인데도 조사가 끝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하게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를 받는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북송 방침이 서자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조기에 종결시킨 혐의도 받는다.
앞서 북한 어민 2명은 2019년 11월 2일 동해상에서 어선으로 남하하다가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나포 닷새 만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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