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14. 빨간불 켜진 국정 지지도
민주당 36% 국민의힘 31% 무당층 29%
집권여당 사면초가 지지도 동반 하락
취임 1주년 앞두고 국정동력 회복 과제
“지지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습니다” 역대 집권자들이 싸늘한 민심을 애써 외면하며 내놓는 발언입니다.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가 2021년 10월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대장동 의혹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던 시점이었죠. 그는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말년이 없는 정부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지난해 7월15일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대 초반을 기록하자 역시 이같은 반응을 내놨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열심히 하겠다. 국민만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달 10일 취임 1주년을 맞습니다. 올들어 한동안 상승하던 지지율이 지난 3월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 지도부를 구성한 국민의힘도 웬일인지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국민들 마음 속에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민심의 바다로 가보겠습니다.
한국갤럽이 14일 오전 데일리 오피니언 제538호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해 얻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을 잘 수행하는 지 물은 결과 27%가 긍정 평가했고, 65%가 부정 평가했다. 한 주 동안 긍정 평가는 4%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상승했다. 올들어 국정 지지도가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자(650명·자유응답)들은 그 이유로 △외교(28%) △경제와 민생(10%) △일본 관계 및 강제징용 배상(9%) △독단적(7%) △경험·자질 부족(6%) △소통 미흡(5%) 등을 지적했다. 긍정 평가자(266명·자유응답)들은 그 이유로 △외교 △노조 대응 △결단력과 추진력(이상 6%) △국방과 안보 △공정과 정의(이상 5%) △전 정권 극복 △경제와 민생 △주관과 소신(이상 4%)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취임후 석 달째인 작년 7년말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논란과 여당 내부갈등 및 문자노출 등으로 처음 30% 아래로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8월초 5세 유아 취학 추진과 9월말 미국 방문 당시 비속어 발언 논란 등으로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
새해들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월 중 37%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40%대 진입을 기대하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복원 의지를 밝히고,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제3자 변제안 발표, 3월 16~17일 방일과 한일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반일(反日) 정서와 충돌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26일 미국 국빈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터진 미국 정보당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의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지난 주까지 대통령 직무 긍정·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서 일본과 외교관계가 최상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주는 공통되게 일본 비중이 줄어들고 외교관련 언급이 늘었다”면서 “이는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정황, 우리 정부의 대응 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지역별, 세대별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은 물론 총선 승리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도 심각하다. 서울은 긍정 평가가 29%인 반면 부정 평가는 2배 이상인 64%다. 인천경기도 긍정 21%, 부정 71%로 조사됐다. 대전세종충청은 긍정 28% 부정 64%다. 광주전라는 긍정 8% 부정 76%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구경북은 긍정 44% 부정 53%, 부산울산경남은 긍정 36% 부정 55%로 집계됐다.
세대별로도 한동안 지지를 보냈던 20대와 60대도 이미 이탈했거나 이탈세가 이어지고 있다. 20대인 18~29세 청년층의 경우 긍정 평가 14% 부정 평가 63%다. 30대도 긍정 13% 부정 81%, 40대 긍정 15% 부정 81%다. 50대도 비슷해 긍정 22% 부정 76%로 집계됐다. 그동안 지지를 보냈던 60대도 긍정 47% 부정 48%로 집계됐으며, 70대 이상에서만 긍정 54% 부정 34%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6%, 국민의힘 31%, 무당층 29%로 나타났다. 지난 주와 비교해 민주당은 3%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의힘 1%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별로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 40·50대는 민주당 지지, 20대에서는 무당층이 절반가량 차지했다. 정치적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69%가 국민의힘, 진보층의 68%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19%, 민주당 38%,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38%다.
지역별 정당 선호도도 전국 평균 민주당 우세, 국민의힘 열세다.
서울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34%로 민주당이 2%포인트 앞선다. 하지만 인천경기는 국민의힘 27% 민주당 42%, 대전세종충청은 국민의힘 30% 민주당 42%, 광주전라는 국민의힘 14% 민주당 47% 등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영남권만 양상이 달라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44% 민주당 23%, 부산울산경남은 국민의힘 40%, 민주당 25%로 조사됐다.
세대별로 18~29세의 20대는 국민의힘 21% 민주당 21%로 같았지만 무당층이 무려 57%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20대가 무당층으로 돌아섰다. 30대는 국민의힘 21% 민주당 35%다. 역시 무당층이 35%로 높다. 40대는 국민의힘 21% 민주당 52%, 50대는 국민의힘 24% 민주당 45%로 조사됐다. 6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이 우세해 60대는 국민의힘 46% 민주당 36%, 70대 이상은 국민의힘 56% 민주당 20%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민생경제 활성화 등에 올인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듯 했지만 최근 한·일간 과거사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감동 없는 전당대회와 예고됐던 뻔한 당 지도부 구성, 그리고 표류하는 리더십 등으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서로 윈윈하며 시너지가 나는 구조가 아니라 용산과 여의도가 서로서로 도움이 안되고 모래 주머니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이후 친윤계 일색의 당 지도부 구성과 그뒤 역시 친윤계가 주요 당직을 독식하면서 국민들의 실망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 등의 어처구니 없는 실언이 겹치면서 당 지지도가 수직으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논란 속에 김기현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면서 논란은 더 확산하고 있다.
점입가경. 당 소속 김영환 충북지사와 김진태 강원지사가 봄철 산불조심 기간에 음주와 골프연습장 출입 등의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등 국민의힘은 민심의 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14일 서울 마포에 있는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뤄온 한강의 기적을 발전적으로 승계해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주에는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30세대와 중도층이 이미 떠났고 전통적인 지지 기반도 흔들리는 가운데 어쩌면 이런 상투적인 행보는 집토끼에도 감동을 주지 못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메시지가 없는 행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달 취임 1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4년여 남겨두고 있다. 김기현 당 대표도 취임 초기라는 점에서 앞으로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많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학습을 통해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이라고 하면 떠 오르는 인상과 편견을 깨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모습과 인상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을 계속해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론들도 관성의 법칙에 따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바라보고 논평하며 국민들을 확증 편향시켜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정권 창출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늘날 국민 속에 각인된 자신들의 모습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확 달라진 모습을 통해 민심을 회복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1년도 남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작년 대선)선거일 바로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서문시장의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지지와 함성,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지금도 힘이 납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여러분을 뵈니 국정의 방향, 국정의 목표가 오직 국민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 필자소개 *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15년 동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지난해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 국정을 주제로 전국의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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