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석 타고 우주로”…‘누리호 3차’ 타고 떠나는 첫 실용위성

김유대 2023. 4. 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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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1-2단 연결 작업 중인 누리호 발사체.(자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은 1992년 8월에 발사된 우리별 1호입니다.
이 후 우리나라는 아리랑과 천리안 등을 개발하며 인공위성 기술력을 축적해 왔습니다.

선진국보다 40여 년 늦은 출발이었지만, 최근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달 탐사 위성 '다누리'를 달 궤도에 보낼 정도로 기술력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현재 세계 6~7위권의 인공위성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로호에 탑재됐던 과학기술위성 등을 제외하면, 그동안 국내 인공위성 대부분은 우주 궤도로 올라가기 위해 해외 발사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1992년 8월 11일 발사)


하지만,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부터 우리 인공위성이 국내 발사체에 실려 본격적으로 우주로 향하게 됩니다.

앞선 누리호 1·2차 발사 때는 모형위성과 성능검증 위성 등이 실렸는데, 이번엔 실제 운용되는 국내 위성 8기를 탑재합니다. 이제 진짜 위성이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향하는 겁니다.

발사 목적도 1·2차 발사 때가 '발사체 성능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3차 발사부턴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발사체 본연의 임무 수행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누리호를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다면 3차 발사부터는 누리호를 이용해 독자적인 임무를 가진 위성을 발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누리호 3차 발사 주인공은 '차세대소형위성2호'

이번 3차 발사의 주 탑재체는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입니다.

무게 약 180kg 위성으로 고도 550km에 투입돼 하루에 지구 주위를 15바퀴씩 돌 예정입니다.

주요 임무는 소형영상레이다 기술 검증입니다. 위성에 장착된 영상 레이다가 지구의 해수면이나 산림 등의 변화를 관측하며 확보한 자료는 재해나 재난, 국토·해양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레이다 신호를 통한 영상 관측이기 때문에 빛과 구름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지상관측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누리호 3차 발사에 탑재될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


■오후 6시 24분(±30분) '맞춤형' 발사..."1등석 타고 우주가는 셈"

앞서 발사된 차세대소형위성1호는 2018년 12월,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올라갔습니다.

누리호가 없었다면 차세대소형위성 2호 역시 해외 발사체를 찾아 나서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게 되면 장시간 이동해야 할 뿐 더러 발사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발사 시간 등 위성의 조건에 맞는 발사체를 찾기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해외 발사체에서 우리나라 위성은 주 탑재체가 아니라 대부분 동승 위성 또는 부계약 위성 형태로 탑재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리호 3차 발사에선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주인공'입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탑재된 레이다 영상 장비는 높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태양 전지를 충전해야 하는데요. 이때문에 24시간 내내 태양을 바라보며 돌면서 궤도를 돌아야 합니다.

'태양을 바라보는'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기 위해선 특정 시간에 발사해야 하는데, 누리호 3차 발사 예정시간인 오후 6시 24분(±30분)이 여기에 딱 맞는 시간입니다. 만약 발사예정일에 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발사는 하루 뒤로 미뤄집니다.

차세대소형위성2호 개발을 총괄한 장태성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사업단장은 "항공기로 치자면 그동안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우주로 갔던 것에 비해서 이번에는 퍼스트 클래스(1등석)를 타고 우주에 간다는 굉장히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누리호 3차 발사 주탑재체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춘분일 기준 '여명-황혼' 궤도.
영상제공: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우주날씨 관측위성 '도요샛' 러시아로켓에서 누리호로

이번 3차 발사에 탑재되는 또 다른 위성으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우주 날씨 관측 위성 '도요샛'이 있습니다.

도요샛은 원래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초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 궤도에 올려질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사조차 불투명해졌습니다.

누리호 3차 발사 탑재 준비를 마친 한국천문연구원 ‘도요샛’ 위성 4기. 도요샛은 “작지만 높이 나는 새”라는 의미로 겨울 철새 도요새에서 이름을 따왔다.


발사가 무기한 연기되자 천문연은 누리호 3차 발사 탑재를 타진했고, 도요샛은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약 100억 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된 도요샛이 발사체가 없어 실전 투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발사체 누리호가 돌파구가 된 겁니다.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위성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발사체로 우주로 나아간다는 것은 위성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요샛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마찬가지로 고도 550km 궤도에 투입돼 태양풍 등 우주 날씨 자료를 수집하게 됩니다.

도요샛은 무게 10kg의 '나노급 위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위성 4기가 나란히 도는 '편대비행'을 하며 관측 임무를 수행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도 도요샛 수집 자료에 대한 공동 연구를 제안할 정도로 천문 과학계의 관심이 모아진 연구 분야이기도 합니다.

■중소 우주기업 큐브위성 "누리호 덕분에 우주로"

이 밖에도 누리호 3차 발사에선 민간 우주기업 루미르(우주방사능 측정)와 져스택(지구관측 영상 활용 위한 광학 탑재체), 카이로스페이스(지표면 편광 특정을 통한 기상 현상 관측)의 위성 3기도 탑재됩니다.

해외 발사체 이용에는 수십억 원의 비용 등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중소 우주 기업으로선 누리호를 통해 발사 기회를 얻고, 성능을 검증할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누리호 3차 발사 탑재 위성을 개발한 민간 기업 관계자는 "누리호 덕분에 수년간 개발한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됐다"며 "누리호에 탑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혜택"이라고 말했습니다.


■"탑재 위성 8기 모두 안착해야 성공…2차 성공이 3차 성공 담보하진 않아"

다음 달 24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진행되면 발사 783초 후에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우주 공간에서 분리됩니다.

이후 20초 단위로 나머지 7개 부 탑재 위성도 발사체에서 차례로 떨어져 나옵니다. 이때 4기의 위성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분리되는 도요샛을 비롯해 위성들이 서로 충돌 없이 궤도에 안착하는 게 발사 성공의 관건 중 하나입니다.

항우연 관계자는 "2차와 3차 발사가 거의 동일하지만, 2차 발사 성공이 3차 발사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며 "날씨 등 주변 환경의 변수가 많고, 탑재 위성이 달라졌기 때문에 프로그램과 자세 등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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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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