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를 유랑하는 화가 "한국인 동적 에너지 봤어요"
호아킨 보스(36)는 여행하는 화가다. 세계 곳곳을 유랑하며 그림을 그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3개월의 작업을 마친 뒤 지난 2월 서울로 와서 두 달간 갤러리를 아예 작업실로 삼았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하며 성실하게 그려낸 신작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이 신작들은 이전 도시에서 경험한 감각을 다음 도시에서 만개시킨, 몸의 기억이 그려낸 회화다.
지난달 30일 페로탕 삼청에서 아르헨티나 신진 작가 호아킨 보스의 개인전 'diffusion(확산)'이 개막했다. 로사리오 현대미술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등이 작품을 소장한 주목받는 작가다.
아시아 첫 개인전에서는 서울에서 작업한 가로 28㎝ 소품부터 9m 폭의 대작까지 10여 점을 펼쳐 보인다. 이날 만난 작가는 "서울에서는 새로운 표현,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려 했다. 물감 섞는 법까지도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광장시장에 갔다. 그는 "사람들이 가득한 복작거리는 에너지와 운동감이 인상적이어서 이걸 레퍼런스로 삼고 싶었다. 한국인의 동적인 에너지를 반영하려 했다. 서울에서는 특별히 캔버스들에 정보가 가득 찰 때까지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은 그림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중요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캔버스 뒷면에는 그림을 그린 흔적이 남아 있다. 우연히 작품의 뒷면에 그린 작업을 화면에 겹겹이 쌓아가며 그린 게 새로운 연작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채로운 색면의 조화가 인상적인 그의 추상화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그는 "과거 작업은 갈색 등 땅의 색조가 주로 사용됐는데 이 작업부터는 녹색, 적색, 청색 등 다양해졌다. 동시에 하나의 그림이 다른 그림으로 연결된다. 모든 그림들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느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 기획을 협업한 박재용 큐레이터는 "특정한 장소에서 창조됐지만, 장소특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 그림들은 작가와 함께 이동했고, 지금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과 이동을 통해 축적되고 진화하는 화가. 서울 이후의 도시에서 펼쳐질 그의 작업이 궁금해진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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