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오래된 증오 … 反유대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유년 시절 누구나 한번은 읽었을 책 '안네의 일기'는 잘못된 사상에 다시는 굴복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치독일의 눈을 피해 골방에 숨어 살아야 했던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그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집단 광기의 잔혹성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세상에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 뜻을 전달받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안네의 집을 찾는다. 한 해에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안네가 아우슈비츠로 이송되기 전 2년 동안 살아왔던 공간을 방문하고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린다.
하지만 2018년 안네의 집에서 일하던 한 유대인 직원에게 벌어진 일은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던지게 했다. 당시 직원은 유대인 남자들이 쓰는 모자 '야물커'를 쓰고 있었고, 관리자는 "야물커를 쓴 살아 있는 유대인은 박물관의 목표인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직원에게 정체성을 숨길 것을 강요했다. 유대인의 피해를 알리는 장소에서 살아 있는 유대인이 피해를 입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는 이처럼 현대인들이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모순점을 드러내며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다. 저자 데어라 혼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알수록 반유대주의가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에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죽은 유대인'은 기리고 보전하고 사랑하지만, '살아 있는 유대인'의 삶은 존중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다.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편견과 차별의 증거가 유대인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유대인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안네를 통해 느꼈던 죄책감을 현실까지 끌고 오지는 못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유대인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한국인이 이 책을 통해 편견을 벗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대인과 연결고리는 약하지만, 한국인도 유대인에 대한 고질적인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을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한국인의 생각은 지금까지 서구 세계에서 유대인을 비인간화하고 박해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와 같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편견을 걷어내는 과정은 낯설기에 당연히 불편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타인이 더 나은 것을 향해 변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유대인들의 문화이기에 자신도 책을 통해 독자들을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도하겠다고 말한다. 이것이 단지 유대인뿐만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 맞서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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