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TV보고서]

이민지 2023. 4.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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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배우들의 연기 한풀이가 펼쳐진다.

4월 1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김희애 분)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 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퀸메이커' 1회에서 6회에서는 황도희가 은성그룹을 떠나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로 결심,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은성그룹에 맞서 선거판에 뛰어드는 과정이 담겼다.

드라마는 극 초반, 사실 여타의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뻔한 전개를 보여준다.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으로 은 씨 일가의 더러운 면을 수습해 가는 인물 황도희가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에 충격받고 은성그룹을 깨부수고자 결심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그런 황도희가 노동 인권 변호사 오경숙과 손잡고, 선거판에 뛰어들고 정치판의 쇼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

황도희와 오경숙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다. 하이힐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는 황도희와 카메라 앞에서 코르셋을 벗어버리는 오경숙의 극명한 대립은 두 사람의 공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안긴다.

서울 시장 선거에 뛰어든 이들은 처음부터 타깃이었던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서이숙 분)과 그의 사위 백재민(류수영 분), 그리고 또 다른 경쟁자 국민개혁당 서울 시장 후보 서민정(진경 분)과 치열한 선거전을 펼친다. 서로의 약점을 찾아 여론전에 이용하고, 다른 후보를 이용해 최대의 숙적을 흔들고, 누명을 씌우고, 포섭하는 정치 드라마의 매력을 담아낸다. '연기력이 곧 권력이 된다'는 설명대로 누가 더 그럴싸한 연기를 하느냐로 여론을 제 편으로 만들어내는 쇼 비즈니스가 드라마로 재현되는 것.

'퀸메이커'의 가장 큰 매력은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오진석 감독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세계였던 정치, 암투, 권력의 세계에서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부딪힌다"라고 드라마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황도희와 오경숙이 어떻게 만나고 충돌하는지 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관을 이끄는 모든 여성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성 서사를 담고 있지만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김희애의 말대로 '퀸메이커'는 여성을 남성과 구분해 차별화된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서는 정의를 부르짖는 것도, 악행을 하는 것도, 야망을 드러내는 것도 모두 여성들의 몫이다. 여성은 옳고, 남성은 그르다는 식의 촌스러운 선택을 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드라마에서 '옳다'라고 할 만한 인물은 오경숙 정도. 황도희는 은성그룹 은 씨 일가의 행태에 충격을 받아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 다짐하지만 마냥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다. 다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치열한 노력과 타고난 능력으로 수행해 나간다.

권력을 상징하는 은성그룹은 절대 권력자 손영심부터 두 딸까지, 여성이 지배하는 기업이다. 뼛속까지 기업인으로 냉정하게 이익만을 생각하는 손영심의 잔혹함,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자매 은서진(윤지혜 분)과 은채령(김새벽)의 살벌한 권력 전쟁은 가진 자들의 민낯을 담고 있다.

'서민의 종'으로 불리는 서민정은 3선 의원 제대로 만들어진, 여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노련한 정치인이지만 숨겨진 얼굴로 반전을 보여주고 황도희에게 혹독하게 일을 배운 국지연(옥자연 분)의 야망 역시 눈길을 끈다.

처가를 등에 업고 서울 시장에 도전하는 전 국민 아나운서 백재민(류수영 분), 2명의 대통령을 만든 선거계 전설적 인물 칼 윤(이경영 분), 서민정을 퀸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마중석(김태훈 분) 등 남성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한국에 이런 배우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서이숙의 말대로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관전포인트이다. 차가운 면모, 불도저 같은 모습, 잔혹한 권력, 야망의 민낯 등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십분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력이 '퀸메이커'를 완성했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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