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가 일본 방류 모니터링 신뢰? 거짓 확산시키는 언론 보도
원문 보면 방류 모니터링 프로그램 "포괄적"이란 표현뿐
KBS·민중의소리, 왜곡보도 지적…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괴담 몰아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언론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감시체계에 신뢰성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보고서 내용과 달랐다. 다수가 보도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고 여권에선 보도를 근거로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괴담'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IAEA는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 계획에 대해 지난해 11월 14~18일 실시한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원전학계 관계자들과 일본 오염수 처리와 방류 과정 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최근 도쿄전력 TEPCO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연합뉴스는 이 보고서를 국내에 처음 기사화하면서 “IAEA가 보고서에서 일본 당국의 방류 감시체계는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언론사가 같은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IAEA가 “후쿠시마 방류 감시체계가 신뢰가능하다”고 밝혔다'고 겹따옴표를 썼다. 몇몇 언론은 이를 직접인용해 사설도 냈다. 이데일리와 중앙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 등이 민주당 오염수 대응단의 방일을 '괴담'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보도를 근거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선동 행위로 규정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국방위원) 등이 “IAEA는 후쿠시마 현장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민주당의 오염수 대응단의 방일은 “선동”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서 원문과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의 풀이를 종합하면, IAEA TF팀은 일본 도교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감시체계에 대해 “신뢰할 만하다”거나 “신뢰한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IAEA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 원문(링크)을 보면, IAEA TF팀은 일본 도쿄전력의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두고 “더 잘 이해했으며, 프로그램이 포괄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뢰할 만하다'는 표현은 '방류 감시체계'와 관련 없는 대목에 유일하게 언급됐다. TF팀은 보고서에서 “TF는 도쿄전력이 필요한 약속과 소유권을 가진 방사선 방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직업적 노출 제어 조치” 등에 대한 자율 규제에 대한 증거를 관찰한 결과라고 밝혔다. 오염수 처리시설 작동 시 직원들의 방사선 노출과 관련한 대목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13일 통화에서 “신뢰 가능하다고 밝히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맞다”며 “보고서의 '포괄적'이라는 의미는 외교적이고 애매한 표현이며 똑부러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관련 전문가도 이날 “(보도들은) 보고서 문구대로 본 게 아니라 다르게 해석”했다며 '포괄적'이란 표현의 의미를 두고 “모니터링의 대상이나 시기, 방법이 포괄적으로 들어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 원문과 전문가 취재를 토대로 오역 없이 보도한 언론은 소수에 그친다. KBS는 보고서가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6일 'IAEA가 일본 방류 모니터링 신뢰?…원문 분석해보니' 기사를 내고 보도 흐름을 지적했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12일 'IAEA 중간보고서 왜곡한 국내언론과 정치권'에서 서균렬 교수를 인터뷰해 “보도 내용이 다소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기자는 원문 보고서를 살피면 '신뢰가능하다'는 단정적 표현을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KBS 유호윤 기자는 13일 통화에서 “아침 방송뉴스 시간대인 6시에 임박해 연합뉴스 기사가 나왔다. IAEA가 방류 모니터시스템에 대해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상징적이고 중요한 내용이기에 원문을 봤다”며 “보고서를 아무리 봐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신뢰 가능하다'는 표현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첫 보도를 기점으로 모든 언론사가 '신뢰'라는 표현을 썼고, 정치권에서도 IAEA가 중간 결론에서 방류 감시체계의 신뢰성을 높게 평가한 것처럼 돼 있었다”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포괄적'이란 가치판단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이를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고 했다. KBS 보도국은 IAEA 보고서 관련 보도를 하며 오역 여지가 없도록 관련 부서인 산업부와 정치부에 공지 조치를 취했다.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는 “IAEA가 아무리 핵산업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둔 국제기구이고 그간 일본 방류 결정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하더라도, 중간보고서에 대놓고 결론 형태로 일본 입장을 옹호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보도 배경을 밝혔다. 이 기자는 “여당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단순히 '괴담을 퍼뜨린다'는 취지로 억누르고 그 근거로 국내 언론 보도가 반복 사용되고 있어 짚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모니터링 체계 논하며 방류 옹호하는 보도흐름 지적
한편 “모니터링 체계만 논하며 (방류 자체가) 믿을 만한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방류 여부를 논할 때) 버린 물이 해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니터하는 시스템만 얘기하는 건 우문이다. 방류 행위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IAEA가 말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은 예컨대 방류 물량 통제가 안정성 있게 이뤄지는지, 방사능이 얼마나 방류되며 일본 정부가 관련 자료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등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서균렬 교수는 당초 IAEA가 오염수 방류 결정을 옹호해온 상황에서, 국내 언론이 확대해석한 보도로 방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풀이했다.
서 교수는 “IAEA는 5년 전 유키야 아마노 사무총장 당시부터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가 최선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보고서가 말하는 모니터링이란 방사선 선량을 계측하는 것이며, 이 방법론 자체가 보수적이며 현실적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해 최종 보고서 결론도 방류를 말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방류 여부 결정 자체는 일본의 (행정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한다. 일본 정부로선 (IAEA의 검토는) 보험 하나 더 사는 정도의 의미일 뿐, 방류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보고서를 토대로) 방류에 문제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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