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시신' 2년 방치한 딸, 연금도 탔다…'집유' 선처 이유는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하고 1800여만원 상당의 연금을 부정 수령해 재판에 넘겨진 40대 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8·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

A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이날 집행유예 처분으로 풀려나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았고 다른 자녀들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만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피고인은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며 보살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안방에서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발견한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며 "피해자 사망 후 다른 자녀들의 연락은 둘째 딸이 보낸 문자 10통과 음성메시지가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아픈 노모를 병원치료를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해오다가 시신을 방치하고 연금을 부정수령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다른 가족과 단절된 상태에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앓다가 삶을 자포자기 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2020년 8월6일부터 2023년 1월11일까지 인천 남동구 간석동 한 빌라에서 숨진 어머니 B씨(사망 추정 당시 76세) 시신을 2년5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당뇨병 등 지병을 앓으며 거동이 불편한 B씨를 2020년 6월 이후부터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지 않고 방임하고, 2020년 8월부터 B씨의 국민연금 999만8760원과 기초연금 876만4600원 등 총 1500여만원을 부정수령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지난 1월11일 밤 10시19분쯤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아서 집에 가봤는데, 함께 살고 있는 언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A씨의 형제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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