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백상] 특급 명품들만 모였다…TV 부문 조연상 뜨거운 경합
여러 장르의 크리에이티브한 드라마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타고 지난 한 해 시청자를 쉴 틈 없이 즐겁게 했다. 인생 드라마를 딱 한 편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명작이 탄생했다. 이는 신을 제대로 훔친 특급 명품 조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다섯 명의 후보를 선정하기까지 그 어느 해보다 길고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후보를 최소 10명은 뽑아야 하지 않겠냔 아쉬움 가득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처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강기영·김도현·김준한·박성훈·조우진 다섯 배우가 올해 백상 TV 부문 조연상 후보 자리를 꿰찼다.
애드리브 천재부터 美친 몰입감 전문가까지…남자 조연상
지금까지의 강기영은 잊어도 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고 나왔기 때문이다. 극 중 신입 변호사 우영우를 이끌어주고 든든히 서포트하는 14년 차 변호사 정명석 역을 맡아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코믹한 감초 캐릭터에서 재치있고 멋진 만능 캐릭터로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서브 아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을 정도. 시청자의 사랑은 강기영의 몫이었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 파티가 펼쳐진 '재벌집 막내아들'. 이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도현은 열연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존재감을 증명했다. 특히 주어진 대사와 지문만 실행한 평범한 배우가 아니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재벌집 막내딸 진화영의 남편 최창제 역을 맡아,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로 제작진이 부여한 캐릭터 그 이상의 인물을 창조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아온 내공을 폭발시키며 '김도현'이란 이름 세 글자를 깊이 새기게 했다.
김준한은 언제 어디서나 주어진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는 배우다. '안나'에서는 이름값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시청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나의 남편이자 IT 기업의 대표, 그리고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역할을 연기하며,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간 멋지고 바른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김준한은 기존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얼굴로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자꾸만 그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 역을 맡은 박성훈에게선 과거 박성훈의 흔적이 조금도 묻어나오지 않았기 때문. 어디선가 전재준이란 인물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극적인 표현과 사실적 연기를 탁월하게 버무려냈다. SNS와 유튜브 속 많은 쇼트 폼 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파급력을 입증한 박성훈. 작품 속 하나의 캐릭터를 넘어, 전재준이란 인물 그 자체가 됐다.
한계를 깬 재발견…놀라움 안긴 여자 조연상
김신록의 재발견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막내딸 진화영으로 분하며 '김신록은 이런 연기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악인 같으면서도 정이 가고,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독특한 캐릭터를 그답게 풀어냈다. 자칫 잘못하면 과한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과 대사, 표정도 현실에 발을 딛게 하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고명이 아니라 메인 디쉬"라는 진화영의 대사는 곧 김신록을 향한 수식어이기도 했다.
'더 글로리'의 강현남은 극 중 가장 복잡한 인물 중 하나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데, 밝은 에너지를 감출 수 없다. 낭떠러지 앞에 서 있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인물은 명품 배우 염혜란의 생활 연기로 온전히 빛을 발했다. "난 매 맞지만 명랑한 X이에요"라는 강렬한 대사는 그의 눈빛, 음성, 몸짓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에 와 닿았다. 이처럼 '더 글로리'의 염혜란은 가장 염혜란다웠다.
'나의 해방일지'는 '이엘의 해방일지'다. 영화 '내부자들'(2015)의 주은혜,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2016)의 삼신할매 등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사랑받아왔던 그는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기정을 연기하며 대중의 선입견에서 해방됐다. "아무나 사랑할거야"를 다짐하던 첫 회부터 순수한 사랑에 빠진 후반부까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드라마를 가득 채웠다. 따뜻함을 전하고 시청자를 치유했다. 배우 이엘에게 이젠 한계란 없다.
'더 글로리' 임지연은 올 상반기 최고 유행어의 주인공이다. "연진아"를 귀에 피나도록 들었을 법했을 만큼, 최근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배우다. '더 글로리'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그는 '처음'이란 말이 무색하도록 열연을 펼쳤다. 박연진 캐릭터의 장면 하나, 대사 한줄, 손짓 하나까지 회자되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의 영광을 한몸에 안고 제대로 전성기를 맞았다.
아름답고 묘한 매력을 가진 배우. 정은채는 꽤 오랫동안 이같은 이미지로 기억됐다. 물론, '안나' 이전의 이야기다. '안나'에서 안나가 욕망하는 모든 것을 가진 이현주 역을 맡으며 아름답지만, 때론 철없고, 또 때론 섬뜩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악의 없는 악인,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을 명료하게 표현하며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지금까지의 정은채만큼이나 앞으로의 정은채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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