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절 입장료 없애려면 최소한의 관리비 필요"

2023. 4. 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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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입장료)를 폐지하려면 최소한의 관리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14일 밝혔다.

진우스님은 불기 2567년(2023년) 부처님오신날(5월 27일)을 앞두고 이날 서울 은평구 소재 진관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문화재 관리 보존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저희 요구를 (당국이) 너무 안 들어주면 (입장료 폐지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국가지정문화재 민간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할 경우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올해 5월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관람료의 '전면적인 폐지'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올해 정부 예산에는 이를 뒷받침할 사업비 419억원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진우스님은 관람료를 폐지해 방문객이 급증하면 관리 비용이 급증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선 사찰에서 커지고 있다면서 폐지 추진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배석한 조계종 관계자는 최근 일부 사찰이 관람료 면제를 시범 실시했더니 입장객이 평소와 비교해 적게는 3배, 많게는 8배 정도 몰린 사례가 있었으며 쓰레기 발생량도 늘고 관리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진우스님은 무료 입장을 실시할 경우 생길 추가 비용에 관해 종단 차원에서 정부에게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고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는 것과 관련해 진우스님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며 종단 차원에서 개발 중인 명상 프로그램이 개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엎어진 채 땅을 보고 있는 상태로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사업에 대해 "넘어져 있던 부처님이 바로 세워지면 국민과 우리나라에 좋은 기운이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조계종은 마애불을 세우는 작업이 기술적인 검토와 모의실험을 거쳐 2025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우스님은 고령 스님들이 임종 때까지 승가 구성원으로서의 위의(威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종단 직영 요양 시설인 '아미타 불교요양병원'을 내달 3일 경기 안성시에 개원한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 시설에는 병상 145개가 설치되며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간병인 등 약 100명의 스태프가 배치된다. 법당도 설치해 입소자들이 종교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진우스님은 지난해 8월 조계종 노조 간부를 집단 폭행한 승려 2명이 최근 기소된 것과 관련해 "유감스럽다"라며 "호계원에서 이들을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단이 폭력을 행사한 승려에 대한 징계에 미온적인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호법부의 조사 등에 시간이 걸렸고 곧 호계원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절차를 설명하고서 이같이 답했다.

호계원은 조계종 내에서 사법부(법원)의 역할을 하는 기구다.

진우스님은 폭력 사태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종단 차원에서 스님들이나 불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승려들은 작년 8월 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일주문 앞에서 박정규 당시 조계종 노조 기획홍보부장을 바닥에 쓰러뜨려 발로 차는 등 때리고 인분을 뿌린 혐의(폭행 및 공동상해)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판하다 해고된 박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고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중 폭행을 당했다. 그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고 작년 11월 복직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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