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 보면 '벌벌벌'…불법 개 도살장 현장급습 동행[현장]
기사내용 요약
오전 8시30분 경찰, 지자체와 급습
어린이집 인근 300m서 도살 작업
도사견·진도 믹스견 16마리 구출
[아산=뉴시스]임철휘 기자 = 문을 열어젖히자 도사견 한 마리가 철장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개는 꼬리를 다리 사이에 말아 넣고 인간을 올려다봤다. 몸은 벌벌 떤다. 까만 주둥이에 촉촉한 코를 가진 개는 겁에 질려 있다.
현장에서는 동물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은색 밥그릇은 앞서 도축된 다른 개의 내장으로 가득했다. 같은 뜬장(공중에 떠 있는 철창)에 있던 다른 도사견이 그것을 먹기도 했다.
14일 아침 8시30분 충청남도 아산의 한 개 도살장에 경찰과 시민단체 활동가, 아산시청 공무원이 들이닥쳤다.
파란색 방수 앞치마를 두른 남성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은 이날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56)씨를 충남 아산의 한 건물에서 긴급체포했다.
A씨는 불법으로 개를 사육해 도살한 뒤 주변 보신탕집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동트기 전인 이날 새벽 6시30분, 동물권단체 케어·와치독(이하 단체) 활동가, 제보자, 아산시 동물보호팀 직원 등 10여명이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 앞에 모였다.
이 어린이집에서 문제의 도축장까지 거리는 불과 300m. 케어 등은 오전 7시부터 도축이 이뤄진다는 정보를 얻고 도축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도살장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모였다.
오전 7시가 되자 도축업자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차량이 들어왔다. 도축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1시간여를 기다린 후, 이들은 경찰과 합류해 오전 8시30분께 이곳 현장을 덮쳤다.
50여평 되는 도축장에는 고기가 되었을 16마리의 개가 네모난 뜬장에 갇혀 있었다. 갈색 털에 까만 주둥이를 가진 도사견이 13마리, 흰색과 검은색 털을 가진 진도 믹스견이 3마리 있었다. 개들은 뜬장에 발이 빠지거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네 발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개의 시선이 끝나는 곳에는 초등학생 키만한 높이의 드럼통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도축된 개의 내장과 음식물 쓰레기가 한데 끓고 있었다. 뜬장 안 개 밥그릇에는 이렇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 붉은색 액체들이 들어 있었다.
도축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기구들은 도축장 입구 쪽에 몰려 있었다. 단체는 이곳에서 도축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를 기절시켰을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전기봉은 입구 왼쪽 벽면에 걸려 있었다. 단체에 따르면 이 전기봉을 개의 입안에 집어넣으면 개는 몇 초간 부르르 떨다가 이내 기절한다고 한다.
그 오른편에 개의 털을 뽑는 이른바 '통돌이' 기계가 놓여 있었다. 도축업자들은 수십 개의 뾰족한 돌기가 튀어나온 이 통돌이 기계에 개를 넣고 돌려 1차로 털을 뽑는다.
그러고는 토치를 이용해 개의 잔털을 제거한다고 한다. 이를 위한 가스통과 토치는 도축장 귀퉁이에 놓여 있었다. 그 앞에는 갈색과 진회색 털이 50cm 높이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전기봉 바로 옆에 도마가 있었다. 도마에는 식칼 세 점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개를 부위별로 절단했을 때 썼을 것으로 보이는 해체 기계가 놓여 있었다.
그 아래에는 개 사체 한 구가 욕조 크기의 갈색통에 담겨 있었다. 안쪽 냉장고에서는 개의 머리 등 신체가 담긴 비닐봉지 2개가 발견됐다.
이날 도축장 현장에 함께한 아산시 관계자는 "(도살장 단속에 대한) 권한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오늘과 같은 제보가 없었다면 이러한 불법 도축장을 단속하기 힘든 실정이다"며 "경찰과의 적극적인 협조로 더 적극적으로 점검을 해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김건희 여사는 최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의 비공개로 오찬 자리에서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근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경찰에 손이 포박된 채 "농사짓는 사람이다", "오늘 어쩌다 한 마리 잡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도축장에 남겨진 개들은 통상 지자체가 개 주인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입양공고를 올린다. 기한이 지나도 입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개들은 안락사 당한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이 같은 불법 도축장을 없앨 수 있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현행법으로 적발할 수 있는 불법 행위들을 우선 적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등 정치권에서 개식용 종식에 대한 논의를 꺼낸 만큼 하루빨리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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