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호’인가 ‘디스’인가…홍준표가 말하는 尹대통령

홍준표 “정치력 있는 대통령에 질려 尹대통령 뽑은 것”
친윤계 “조언 아닌 조롱” 반발…이준석 “용산 뜻에 해촉”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홍준표 의원이 2021년 11월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경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이 연일 정치권 화두에 오르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력 없는 사람' '초보 대통령' 등으로 비유하면서다. 윤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비판을 반박하면서 나온 발언이지만, 여권 내에서 발언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선 홍 시장의 발언에 '용산'이 불쾌해했다며, 이 탓에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된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추측도 제기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력 있는 대통령들이 그동안 워낙 엉뚱한 짓을 많이 하니까 국민들이 여기에 질려 정치력 없는 사람(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8일 MBC 《100분 토론》에 유시민 작가와 함께 출연한 자리에서 "정치력 없고 초보인 대통령 뽑아놓고 '3김 정치'와 같은 노련한 대화와 타협을 해달라는 건 넌센스"라고 말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이날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그것은 팩트가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검찰총장 출신에게 법대로 해달라고 (윤 대통령을) 뽑았고 그 대통령이 지금 법대로 하는 것"이라며 "뽑아놔 놓고 왜 자꾸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한‧일회담도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며 "헌법상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대통령의 결단이며 그것은 사법심사 대상도 안 되고,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될지언정 국정조사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여당과 참모들이 윤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치 행위는 (이렇게)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면 아는데 그 설명을 당도 안 하고 대통령실에서도 안 하니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친윤석열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여당에 몸담고 있는 일개 시장이 대통령을 '정치력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과연 적절한 발언인가"라며 "사석에서야 대통령 욕도 한다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말의 '무게'가 다르다. 이건 조언이 아닌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을 향한 홍 시장의 발언이 '상임고문직 해촉'이란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단 추측도 나온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읽고 김기현 대표가 홍 시장에게 '옐로우 카드'를 빼든 것이란 주장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홍 시장의 상임고문직 해촉과 관련해 "상임고문은 명예직에 가까운, 당대표에게 자문하는 기구"라며 "나경원 의원을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 시켜놓은 건 정책 내라는 얘기인데 냈더니만 해촉, 당대표에게 당 상황에 대해 조언하는 자리인 상임고문이 조언했더니만 잘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대선후보를 지내고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이력을 가진 분은 홍 시장과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며 이런 거물을 "김기현 대표가 (해촉) 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럼 용산의 뜻이라는 얘기냐"고 하자 "제가 봤을 때는 모든 게 MBC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MBC 《100분 토론》에서 홍 시장이 '대통령은 정치초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대통령 입장에선 전용기도 안 태울 만큼 봐주기도 싫은 방송사, 좌파 방송에 가가지고 좌파들이랑 어울렸다(고 불편해 했을 것 같다), 그랬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